올 1분기 신규 시설투자 급증 21조로 작년 전체규모 넘어서 판매 부진했던 에코프로머티 9500억 투입 성장동력 확보 LG이노텍·엔씨소프트도 가세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이 신규 시설에 투자했다고 밝힌 규모가 지난해 전체 신규 시설 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투자가 주효했지만 다른 기업들도 업황 악화와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에 나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권시장에 공시된 신규 시설 투자 규모 총합은 21조486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시설 투자 규모인 18조5498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올 들어 가장 큰 규모로 투자에 나선 곳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의 중대형 항공기인 A350 계열 33대를 2032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 금액은 18조466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기재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올 1분기 신규 시설 투자 규모가 컸던 곳으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엔씨소프트, LG이노텍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실적 난항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장동력 확보와 업황 반등을 위해 시설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이후 시설 투자에 처음 나섰다. 전구체 제조 설비와 황산메탈 제련 설비 투자에 9573억원을 들인다. 자기자본 대비 304.6%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니켈 가격 하락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과 전구체 판매량 감소로 전 분기 대비 22%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하락했다.
게다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2차전지 업황은 어두워지고 있다. 정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유럽과 미국은 배기가스 규제를 기존안보다 완화하는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모습을 보였다"며 "2차전지 기업의 배터리 공급망도 증설의 눈높이를 기존보다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씨소프트는 경기도 성남시에 신규 사옥 글로벌 RDI센터(가칭) 설립을 위해 2027년까지 58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영업이익은 1373억원으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전년 대비 75.4% 급감한 실적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출 감소로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와 유사한 39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신작 마케팅비 증가로 실적 부진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이어지는 실적 악화에도 회사의 방만함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신규 사옥 설립은 순항 중이다. 지난 3일 열린 기공식에서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신규 사옥은 판교 지역 산업의 도약과 대한민국 미래의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은 3830억원을 들여 광학솔루션사업부 시설 투자에 나선다. 이번 투자금은 직전 투자금 1조6563억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발 투자 수요 감소에 따라 설비 투자를 감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이노텍 측은 "신제품에 맞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투자는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긍정적인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현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폴디드줌 채용 모델의 물량이 예상치를 상회하며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사 스마트폰 출하량 역성장을 가정해도 LG이노텍의 연간 증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