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기업 공들인 호주 희토류광산 날아갈 위기…“한국 대신 미국과 손잡겠다”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4.04.23 18:35:37 I 수정 : 2024.04.23 22:02:14
입력 : 2024.04.23 18:35:37 I 수정 : 2024.04.23 22:02:14
대형 건설사등 韓 컨소시엄
2년간 공들인 더보 프로젝트
美 정부 6억불 지원 승부수에
시공권 박탈, 광물확보 불투명
2년간 공들인 더보 프로젝트
美 정부 6억불 지원 승부수에
시공권 박탈, 광물확보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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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네오디뮴, 지르코늄, 하프늄 등 희토류와 희귀금속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어 개발이 진행 중인 호주 ASM의 더보 광산 프로젝트에서 한국 업체들이 후순위로 밀렸다.
희토류와 희귀금속은 전투기는 물론 전기차, 원자로, 반도체, 풍력터빈 등 산업 전반에 사용되지만 95% 이상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 베트남, 호주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게 자원안보, 공급망 안정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물론 국책 금융회사들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다 잡았던 희토류 공급망 확보 기회를 놓칠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컨소시엄이 2022년 초기 1500만달러를 투자하며 광산 개발 시공권과 희토류, 희귀금속 확보에 나섰지만 다 물거품이 될 상황”이라며 “1차 기본설계(FEED)에 참여했던 A 건설사도 상세설계와 시공권을 최근 잃게 됐다”고 말했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미국과 호주간 협약에 따라 미국 업체가 남은 기본설계를 수행하게 됐다”고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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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컨소시엄은 더보 프로젝트 초기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며 사업 주도권을 가져왔다.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을 호주로 넓히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ASM이 충북 오창에 세운 100% 자회사인 KSM에 220억원 저리 융자도 제공했다.
한국 컨소시엄의 초기 투자와 자금 지원으로 더보 광산을 소유한 ASM은 2022년 6월 A 건설사를 1단계 기본설계 업체로 선정했다. A 건설사는 기본설계이후 EPC(설계·조달·시공)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정제 프랜트까지 합치면 공사 규모만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ASM은 최근 공시를 통해 “미국이 제시하는 더 넓은 자금조달 기회와 벡텔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라 A 건설사와는 2~3단계 작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ASM이 A 건설사 대신 벡텔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미국 수출입은행(USEXIM)의 6억달러 자금 지원 계획 때문이다. USEXIM은 지난달 21일 ASM에 6억달러 자금 지원 계획을 담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한 관계자는 “초기 투자자들은 더보 광산에서 채굴한 핵심광물 중 10%를 국내로 들여올 계획을 세웠다”며 “하지만 ASM이 미국과 밀월관계를 맺게 되면서 희토류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