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엔 남양유업 정조준…“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해라”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입력 : 2023.02.27 06:38:11 I 수정 : 2023.02.27 10:19:48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
감사선임·액면분할·현금배당 등
지분 3% 확보하고 주주제안 나서


남양유업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내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남양유업을 상대로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전체 일반주주 지분 절반을 주당 82만원에 사들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감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5대1 액면분할’, ‘현금배당’ 등의 안을 주총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남양유업 주식 3%(2만447주)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차파트너스운용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지난 15일 남양유업 이사회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파트너스운용측은 주주제안에서 “최대 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한앤컴퍼니간 경영권 거래 과정서 불거진 법적분쟁으로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일반주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회사 측이 기업가치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파트너스운용은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측에도 이같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담긴 서신 내용을 공유했으나 아직 의미 있는 회신을 받거나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회장 측 지분 53%를 주당 82만원씩 총 3107억원에 인수하면서 남양유업의 주가는 한때 81만원 선을 웃돌았다. 하지만 홍 회장의 계약 철회와 한앤코와의 분쟁이 본격화 되면서 주가는 반토막 이상 나며 곤두박질쳤다. 최근 한앤코가 2심 소송에서 승소하며 지배주주가 변경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다시 60만원 선을 회복했지만 아직 전고점 수준의 기업가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차파트너스운용이 이번 주주제안에서 인수·합병(M&A) 과정서 소외된 일반주주의 주주가치 회복을 위해 회사 측에 요구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총 1916억원에 달한다. 주당 82만원에 일반주주 지분 50%를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보통주 15만387주(1233억원)와 우선주 8만3331주(683억원)가 대상이다. 기업의 지배주주 변경이란 중대 변화에 있어 주주들에게 주주로 남을지 투자를 회수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차파트너스 측은 “대주주 지분 매매 과정서 일반 주주들에게는 투자 회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등 철저히 무시당했다”며 “공개매수 방식의 자기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권 변경 과정서 지배주주와 마찬가지로 M&A 프리미엄을 공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의 의무공개매수 도입 추진에 앞서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의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M&A사례 등 M&A과정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에게도 공유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가운데 남양유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이와함께 남양유업의 지배주주 견제 장치가 미비하다며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기업가치 훼손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감사의 선임이 필수적이란 주장이다. 심 변호사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홍보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파트너스측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 선임은 일반주주의 가치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심 변호사를 적임자로 추천했다.

차파트너스운용이 제안한 감사 선임안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되는 만큼 감사 선임 안건 통과에 있어 일반주주들의 표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파트너스가 또 다른 주총 안건으로 제안한 5대1 액면 분할건의 경우 상장주식 수 미달로 인한 우선주 상장폐지 위험을 해소하는 동시에 낮은 거래 유동성 등 남양유업 주주가치 저평가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제안이란 주장이다.

이밖에 주주제안에 포함된 보통주 주당 2만원, 우선주 주당 2만50원씩의 현금배당안의 경우 시장 평균 수준의 이익배당 제안으로 남양유업의 장기적 주주가치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감사 선임안건은 그나마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주주제안 안건이 올해 주총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홍원식 회장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차종현 대표 등 플랫폼파트너스 출신 인력이 주축이 돼 지난 2019년 설립된 자산운용사다. 차 대표를 포함한 핵심 구성원들은 플랫폼파트너스에 몸담던 지난 2018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지분을 3% 이상 매입한뒤 높은 운용보수 등을 문제 삼아 보수 인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상 국내 주주 행동주의 투자의 태동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차파트너스 출범이후에도 다양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토비스, 상상인, 사조오양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선 바 있다.

이밖에 PEF 투자 부문에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수사 수십 곳이 난립해 있는 준공영제 시내버스 업계에서 통합·대형화 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사모투자펀드(PEF), 인프라, 주식형 등으로 구성된 총 14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PEF 출자약정금 기준 약 2634억원, 납입출자금 기준 약 2409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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