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게임을 죽이지 마라"…EU 130만명 서명한 이유는

김주환

입력 : 2025.07.12 11:00:00


게임스컴 2024 현장에 몰린 인파
(쾰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23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쇼 게임스컴 2024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관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다.2024.8.23 jujuk@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을 죽이지 말라!(Stop Killing Games)'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 게이머를 상대로 시작된 이러한 이름의 소비자 운동은 최근 전 세계 게임업계의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을 죽이지 말라' 홈페이지
[www.stopkillinggames.com 캡처]

◇ 10년 된 게임 서비스 종료가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 논쟁 촉발 로스 스콧이라는 한 유튜버가 시작한 'Stop Killing Games' 운동의 발단은 작년 4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게임사 유비소프트가 레이싱 게임 '더 크루' 서비스를 종료하면서다.

2014년 출시된 '더 크루'는 발매 당시 블록버스터급 작품에 준하는 가격대에 판매됐는데,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상시 온라인 연결이 필수였다.

유비소프트가 '더 크루' 서버 운영을 완전히 종료하면서 게이머들은 졸지에 제값을 주고 구매한 게임을 아예 즐길 수 없게 됐다.

일부 팬들은 게임을 싱글플레이라도 즐길 수 있게 열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비소프트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로스 스콧을 비롯한 게임 팬들은 이에 반발하며 프랑스, 독일, 호주 등 각국 소비자 기관에 게임업체들이 서비스 종료를 명목으로 게임을 '죽이는' 일을 막아 달라는 청원에 나섰다.

EU 공개 청원 사이트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ECI)'에는 12일 기준 130만개 이상의 서명이 모이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심사 착수 요건(100만명 이상 서명)을 훌쩍 넘겼다.

청원 홈페이지 운영진은 "점점 더 많은 비디오 게임이 명시된 유효 기간 없이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지원이 종료되면 전혀 플레이할 수 없게끔 설계돼있다"며 "이런 관행은 '계획된 노후화'의 한 형태로, 고객에게 해로울 뿐 아니라 보존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의 게임 개발자 단체 '비디오 게임 유럽'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서명 운동에 반대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온라인 서비스 중단은 다각적인 요인을 고려한 것"이라며 "많은 게임은 온라인 전용으로 설계됐고, 싱글플레이나 사설 서버를 허용하라는 요구는 개발자의 선택권을 제한해 개발 비용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게이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구매했지만 내 것은 아닌' 게임, 앞으로 더 많아질듯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판매와 구독형 서비스가 일반화된 오늘날, 게임을 '구매'하는 것은 더는 '소유'를 의미하지 않게 됐다.

몇몇 과격한 소비자들은 '구매하는 것이 소유하는 게 아니라면, 불법 복제도 도둑질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볼멘소리에도 이런 업계의 흐름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전 세계 점유율 1등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만 봐도 '구매'한 게임은 엄밀히 말하면 게임의 '이용권'을 구매한 것이지 게임 그 자체를 구매한 것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스팀 약관에는 한 번 구매한 게임을 다른 이용자에게 양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이런 사실은 한 이용자가 '내가 죽으면 유언장에 따라 내가 구매한 게임을 상속할 수 있느냐'고 스팀 고객센터에 문의했다가 '약관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 크루' 사례처럼 유료 패키지 게임이라도 보안 문제나 소액 결제 아이템 판매 등을 이유로 서버 연결을 강제하는 게임도 늘어나고 있다.

라이브 서비스가 대세가 될수록, 경쟁에서 도태돼 서비스가 종료되면 그 누구도 플레이할 수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게임들도 많아진다.

'Stop Killing Games' 측은 게임사들이 게임 서비스를 종료할 경우 오프라인 플레이[228670] 기능을 추가하거나 사설 서버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든 게임업체가 비용과 보안·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며 이런 '보존 의무'를 이행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게임을 죽이지 말라'는 게이머들의 문제의식이 커질수록, 게임을 수익성 떨어지면 셔터 내리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의 디지털 유산으로서 보존하려는 게임사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juju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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