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확대 감사선임…줄잇는 주주제안, 주총 '태풍의 눈'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입력 : 2023.03.05 17:29:26 I 수정 : 2023.03.05 19:34:21
3월 주총 시즌 돌입
연기금·기관·소액주주
주주환원 요구 '봇물'
JB금융·KT&G·농심…
22개 상장사 주주제안
주총서 표대결 불가피






주주행동주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의 가장 큰 행사인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 권리 행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번 주총 시즌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이다. 주주제안은 대부분 이사진 물갈이를 요구한 것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주주제안을 정기 및 임시 주총 안건으로 올린 기업만 총 22곳(3일 기준)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광주신세계, 23일 사조산업, 24일 BYC·KB금융·한국철강, 29일 농심홀딩스, 30일 JB금융지주, 31일 SM엔터테인먼트(SM) 등이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린 채 주총을 연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SM을 비롯해 JB금융지주의 주총에 이목이 쏠린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경영권 인수를 위해 충돌하고 있는 SM에서는 양측 모두 이사진을 제안한 상태다. 양측 모두 지분 보유 운용사를 비롯해 소액주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여론전에 나선 상태다.

JB금융지주는 지분 14%를 보유한 2대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자산운용이 주주제안을 한 상태다. JB금융은 얼라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총에서 표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얼라인은 보통주 주당 900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JB금융 측은 보통주 주당 715원 배당을 주장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태광산업과 BYC에 배당성향 제고 등을 주주제안했다.

이 중 태광산업에의 주주제안은 독립적인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과 최근 2년 평균 0.3%에 불과한 배당성향을 상장사 평균인 20% 이상으로 올릴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아직 태광산업은 정기 주총 일정 및 안건을 확정해 공시하지 않았다.

내의 전문업체 BYC는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을 수용해 주총에서 김광중 감사위원 선임 건을 다룰 예정이다. 한국철강과 광주신세계도 이달 말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감사위원 선임 건을 주총에서 논의한다. 또 농심홀딩스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주총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농심홀딩스, 동원개발 등 12개 기업에 주주제안을 했다. 주주제안 내용은 대체로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이다. KT&G가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로부터 전달받은 주주제안 11건 중 9건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KGC인삼공사 분할과 자사주 매입은 제외되고 분기 배당, 주주환원 정상화 등이 포함될 방침이다.

이처럼 주주행동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주식 투자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어느덧 한국 사회에서 '주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주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도 배당정책 확대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는 등 주식투자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추세여서 이사 선임 주주환원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는 것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최대주주가 분명한 상장사들이 많아 주주제안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글로벌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며 "공적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를 포함해 주주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장사는 주총 안건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 보듯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장사의 경우 향후 주총에서 기관투자자들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주 환원이 발표되거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단기적으론 주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의 유인이 된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먹튀'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단기적인 차익을 노리고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이벤트에 집중하는 펀드와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을 펼치는 펀드는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이달 15~17일 삼성 계열사의 주총이 열리고, 말일에는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의 주총이 몰려 있어 숨 가쁜 3월이 예고됐다. 올해 주총에서는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 강화에 따른 주주가치 확대와 이사회 전문성 제고, 여성 사외이사 선임,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사업 확대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오는 15일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전기가 정기 주총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16일 삼성생명·호텔신라,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기아·포스코홀딩스 등이 본격적인 정기 주총을 연다. 시가총액 10위권에서는 22일 네이버·현대모비스, 24일 LG에너지솔루션·KB금융, 27일 LG전자, 28일 LG화학·카카오, 29일 SK하이닉스 등이 차례로 주총을 연다.

[박윤예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5.11 04:59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