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큰장 선다 … 전업사 3조 실탄 확보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4.10.23 17:45:17 I 수정 : 2024.10.23 19:26:57
상반기 은행서 3.5조 매각
4분기 매각 더 늘어날 전망
내년까지 NPL 시장 커질듯








올해 부실채권(NPL)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에서 대규모 부실채권 매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NPL 전업사들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이에 대비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NPL 전업사 5곳이 발행한 회사채와 유상증자 규모는 총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향후 NPL 매입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달 들어서만 키움F&I, 대신F&I,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회사채를 추가 발행했다. 키움F&I는 지난 16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700억원을 목표로 모집했지만 수요가 충분히 들어와 15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늘렸다. 이 중 1100억원은 NPL 자산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키움F&I 측은 "올 4분기에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NPL 매각 경쟁 입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세 정보를 검토한 뒤 선별적으로 NPL 매각 경쟁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PL 전업사는 금융사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부실 대출 금액과 부실 지급 보증액을 싸게 사들여 구조조정을 거친 후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낸다.

NPL 시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크다. 유암코는 지난 21일 1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수요예측에 나서 1조4600억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다. 최대 증액 목표인 3000억원까지 올려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NPL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이후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높아지며 금융시장 내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 코로나19 관련 금융 완화 조치가 종료되며 그간 미뤄둔 부실이 드러난 영향도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은행권 NPL 잔액은 14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말 12조5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에서만 올해 9조원 규모의 NPL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상반기에만 3조5000억원 규모의 매각이 완료됐다. 연말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은 물량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는 2금융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3분기까지 4조5000억원 규모의 NPL을 매각했다. 주로 손자회사인 MCI대부에 매각한 물량이다. 올 4분기에는 유암코를 통해 추가로 1조5000억원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만 6조원의 NPL이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저축은행들은 공동 매각을 통해 올해 들어 총 2260억원 규모 NPL을 매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금융권 NPL 매각 물량이 1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NPL 시장은 내년까지도 규모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 NPL 매각은 경기 침체기에 늘어난다.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침체가 완화된다고 해도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기준금리는 이미 낮은 편이라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은행권 연체율은 올해 말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부실채권 정리의 후행적 특성을 감안하면 NPL 시장 성장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5.11 20:44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