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 절실한 카카오···하이브 공개매수 실패하자 ‘쩐의 전쟁’ 돌입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입력 : 2023.03.07 05:41:39 I 수정 : 2023.03.07 08:03:42
카카오, SM공개매수 전격결정
카카오엔터와 절반씩 매수키로
컴투스·KB운용 등 참여 주목

하이브 다음 행보에 쏠리는 눈
再공개매수·우군 확보등 거론
이달말 주총 표대결 격화 예고


카카오가 6일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공개매수를 전격 결정한 것은 SM을 하이브가 가져갈 경우 향후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글로벌 시장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IP 확보를 위해 SM 인수를 추진해왔던 카카오는 지난달 하이브의 전격적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일부 인수로 기선을 뺏긴 상태였다. 여기에 SM의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인수도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 입장에선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공개매수라고 판단한 셈이다.

시장에선 하이브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이브 입장에선 재차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거나, 우군을 끌어들이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와 컴투스, 기타법인 등 주요 주주들의 선택도 SM 경영권 확보 전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는 하이브가 지분 확보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하이브는 이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SM 지분 14.8%를 사들였다. 이 전 총괄이 아직 보유하고 있는 잔여지분 3.65%도 우호지분으로, 향후 이를 매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공개매수로 확보한 갤럭시아에스엠측 지분까지 더하면 대략 19.43%의 지분을 확보했다. 20%에 가까운 지분을 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하이브가 공개매수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카카오에게도 역전의 기회가 생겼다. 이날 하이브는 SM 주식 공개매수 결과 갤럭시아에스엠의 지분 0.98%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주당 12만원에 SM 주식 최대 25%를 공개매수 하려 했다. 성공했을 경우 기존 지분까지 더해 총 40% 이상의 지분 확보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SM 주가가 12만원을 웃돌며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카카오가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정면승부를 건 만큼, 공개매수의 성패가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가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35%의 지분을 확보한다. 여기에 카카오가 이미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이나 장내 매수 등 다른 방식으로 이미 SM 일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개매수 후 지분율은 40%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하이브의 대응이다. 하이브가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카카오의 이번 공개매수는 무위로 돌아간다. 같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에는, 주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여론전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도 추가 자본 조달, 우군 확보 등 다양한 경영권 확보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제시한 주당 15만원은 하이브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용현금이 1조1000억원 규모며, 4분기 영업현금흐름 및 1분기 신규 차입금 3200억원까지 더하면 최대 자금 동원 능력은 1조원 후반대로 판단된다”며 “여기서 미국 힙합 레이블 QC미디어 인수 자금을 빼면 SM 지분 20%를 추가로 인수하기 위해 최대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주당 16만원”이라고 계산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말 가용현금이 5조7000억원에 달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연초 1조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상황으로 자금 동원력은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기타법인의 정체도 SM 경영권 전쟁의 중대 변수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타법인이 들고 있는 지분 상당수가 카카오의 우군일 경우, 이 지분까지 더해야 한다. 지난달 16일과 28일 이틀 동안에만 기타법인은 7%가 넘는 SM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달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기타법인이 전체 2.9%에 이르는 SM 주식 68만3398주를 매수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기타법인에서 4.56%에 달하는 108만7000여주의 SM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가운데 66만6941주(2.8%)가 특정 계좌에서 거래됐다. 기타법인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밀접한 관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존 주요 투자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M의 주요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공단(4.32%), 컴투스(4.20%), KB자산운용(3.83%) 등이 거론된다. 이 세 곳이 들고 있는 지분만 12%가 넘는다. 국민연금은 현재 보유 지분은 4.32%지만 이달 말일 치러지는 SM 주총에서 행사 가능한 의결권 지분은 8.96%에 달한다. 주총 의결권은 작년 말일 보유 지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SM 경영진과 우호관계인 얼라인파트너스는 1.1%의 지분을 들고 있다. 특히 컴투스의 경우 기존에는 이 전 총괄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공개매수를 시도했거나 시작하는 만큼, 자본시장법상 당분간 블록딜 방식의 자금 조달은 어렵다. 양측 입장에선 공개매수에 끌어들이거나, 우군으로 포섭해야 한다.

양측이 정면 충돌하면서 이달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표 대결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를 장악하면 향후 경영권 분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사 모두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주주 설득에 사활을 걸고 있다.

SM엔터 본사 전경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2.08 12:19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