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투자전문 중간지주사 2021년 11월에 분할 상장 후 주가 빠지며 시총 절반 줄어 1조 규모 이익잉여금 마련 배당·자사주매입 나설 듯 올해 들어 주가 24% 뛰어
분할 상장 후 줄곧 내리막이던 SK스퀘어 주가가 올 들어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가올 3월 주주총회에서 출범 후 첫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주가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등 핵심 자회사 주가가 반등한 것이 향후 SK스퀘어의 상승세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7일 기준 SK스퀘어 주가는 올 들어 24.29% 상승했다. 코스피 수익률 10.15%를 두 배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SK스퀘어는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사로 SK텔레콤에서 분할돼 2021년 11월 29일 상장했다. SK텔레콤이 보유하던 SK하이닉스 지분 등을 가져와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계열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게 됐다. 투자자금 회수가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목적이란 점에서 보통의 지주사와 차이점이 있다. SK하이닉스(지분율 20.7%) 등 상장 자회사를 비롯해 11번가(80.26%) 티맵모빌리티(60.11%) 원스토어(47.49%) 등 비상장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SK스퀘어는 증시 입성 당시 성장 잠재력이 큰 지주사 출현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정작 주가는 줄곧 부진했다. 상장 직후 10조75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지난해 증시 불황기를 거치면서 5조~6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주가가 그동안 하락세를 타면서 현재 SK텔레콤 시총(10조4000억원)에 SK스퀘어를 합해도 분할 전 SK텔레콤 시총 규모인 22조3000억원에 한참 모자라는 상황이다.
상장 초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상장 직후 43.2% 수준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2월 37.2%까지 낮아졌다. 기존에 SK텔레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가운데는 배당 투자 성격의 주주들이 많았는데, SK스퀘어가 작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 핵심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무산된 점이 뼈아팠다. 지주사 주가 평가는 순자산가치(NAV)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상장 자회사는 시가총액이 NAV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자회사 IPO가 모기업의 주가 할인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보통 상장사와 달리 지주사는 자회사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이 지분가치를 확대할 최대 기회인 셈이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SK스퀘어에 대한 실망 매물을 대거 쏟아낸 배경이다. 실제 자회사들의 주가 하락이 겹치면서 SK스퀘어의 NAV는 2021년 4분기 26조원에서 작년 4분기 18조6500억원으로 약 40%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란 의견이 많다. 먼저 주주환원 움직임이 본격화화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스퀘어는 지난달 공시에서 현재 보유 중인 자본준비금 6조9000억원 가운데 1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기는 안을 다음달 30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이익잉여금 증가분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으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SK스퀘어가 상장 이후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활동을 실시한 적이 없는 만큼 시장에서도 최근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SK쉴더스 지분을 매각해 회수하는 자금 8646억원도 일부는 주주환원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보안업체 SK쉴더스 지분 28.8%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SK스퀘어는 매각대금 가운데 4146억원을 올해 3분기에 수령할 예정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에서 발생하는 배당수익은 현금배당에 사용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확보한 자금으로는 특별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SK스퀘어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결정할 변수로 핵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 여부를 꼽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해 저점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SK스퀘어에도 상황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과거에도 SK스퀘어 주가는 SK하이닉스와 연동되는 사례가 많았다. SK하이닉스는 SK스퀘어 NAV의 약 58%를 차지할 만큼 SK스퀘어의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반도체 수요 둔화로 SK하이닉스 주가가 부진한 동안 SK스퀘어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실적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순손실이 지분법 손익에 반영돼 올해까지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는 지적이다. SK스퀘어의 NAV 할인율은 70%에 달한다. 다른 순수지주회사 할인율이 50~60%임을 고려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