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에 발등 찍히고 삼성전자에 뒤통수”...할 말 있는 서학개미들

김인오 기자(mery@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입력 : 2024.11.10 21:01:45
코스피 2011년 이후 박스권
美반도체 지수 31% 오를때
삼성전자 28% 하락 ‘뒤통수’


코스피가 2560대에서 약보합 마감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주가지수 중 코스피 지수만 약세를 보이자 미국 증시로 떠나는 이른바 ‘주식 이민’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라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점에 대비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식 이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1일부터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8일까지 각각 1306억원∙16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을 전후해 국적을 불문하고 매도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시가 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 동안 연달아 순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자 삼성전자 저점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실망을 불렀다.

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AP = 연합뉴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열린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린 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넘게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3% 가까이 하락했다.

필라델피아지수는 미국 예탁증서(ADR)을 포함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반도체 기업 30여곳 주가를 담은 지수로 올해 1월 이후로는 31.50% 뛰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28.39% 떨어진 상태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주식 투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이 역동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투자 흐름을 보면 비용 최소화를 통한 이익 극대화보다는 기술력에 따른 성장성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이어 정 센터장은 “비용 최소화이든 기술력이든 결과적으로는 펀더멘털 방향에 대한 기대감인데 인공지능(AI) 등 투자 테마가 대부분 미국에서 나오고 주가 수익률도 좋은 상황에서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이 가장 좋은 시장이라는 심리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유상증자를 둘러싼 고려아연 급등락을 비롯해 2차전지 관련주 등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해온 종목 주가가 급등락하며 방향성을 찾기 힘들어진 것도 투자 피로감을 부르는 요인이다.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등 반도체와 마이크로소프 같은 AI 관련주 뿐 아니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이달 8일까지 최근 1주일 간 국내 투자자들은 뱅가드 S&P 500 ETF를 1836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6위에 해당한다. 미국 증시가 트럼프 트레이드와 기준금리 인하, 연말 강세장 경향에 힘입어 당분간 상승세를 달릴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한편 이달 7일 부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보관금액을 기준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 중인 종목 1위는 엔비디아로 전체 보관금액의 16.5% 를 차지했다.

이밖에 2위인 테슬라, 3위인 애플, 4위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쳐 네 개의 빅테크 종목 보관금액 비중은 38.2%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국내 증시가 2011년 이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와중에 투자자들이 수익률 높은 시장으로 옮겨 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 “자산 분산적 관점에서도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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