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하드웨어 죽쑤는데 … 소프트웨어 '방긋'

김인오 기자(mery@mk.co.kr)

입력 : 2024.11.27 17:49:12 I 수정 : 2024.11.27 19:20:45
희비 갈리는 美 AI 관련주
AI서버로 실적 기대감 컸던 델
개인용 PC 수요 둔화에 '발목'
엔비디아·AMD도 주가 약세
소프트웨어株는 매출 성장세
스노플레이크·세일즈포스
3분기 호실적에 목표가 껑충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수혜주로 꼽혔던 정보기술(IT) 업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관련주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IT 기업 경영진이 앞다퉈 AI 수요 증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하드웨어주는 개인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흔들리는 반면 소프트웨어주는 기업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증가 기대감이 더해지며 강세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AI 시대를 이끄는 엔비디아 등 첨단 반도체 기업은 매출 성장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와 미·중 무역 갈등에 더해 미국 반도체 지원금 축소 리스크가 겹치면서 주가 부진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에서 받을 지원금이 6억4000만달러 줄어든 인텔을 비롯해 'AI 반도체 2인자' AMD는 PC 수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지난 20일 이후 5거래일간 주가가 횡보를 거듭하고 있으며, AI 실적 피크아웃 우려와 미·중 반도체 제재 리스크가 커진 엔비디아는 해당 기간 주가가 7% 떨어졌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컴퓨터 서버 기업 델테크놀로지스가 이날 장 마감 후 2025회계연도 3분기(올해 8~10월) 실적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1% 이상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매출 증가에 주목했지만 회사가 발표한 해당 분기 매출뿐 아니라 경영진이 제시한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도 월가 기대치를 밑돈 탓이다. 델은 경쟁사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상장폐지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반사효과를 볼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몰리며 올해 주가가 90% 가까이 뛰었다.

AI 시대를 맞아 PC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PC 매출 부진이 실적 발목을 잡은 데다 경영진이 제시한 다음 분기 수익성 전망 역시 전문가 기대치를 밑돈 탓이다. 반면 최근 스노플레이크, 세일즈포스,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 기업은 AI 관련 서비스 매출 증가에 힘입어 실적 발표를 전후한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빠르게 뛰었다.

뉴욕 증시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투자 향방을 가른 변수는 수요다. IT 업계는 AI 관련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델과 HP가 개인용 PC 매출 둔화에 발목을 잡힌 반면 세일즈포스, 스노플레이크 등은 기업 수요에 힘입어 매출 확장세가 부각된다.

마이클 델 델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우리에게 강력한 기회이며 수요가 둔화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AI 서버 주문이 해당 분기에 연간 50% 늘어난 결과 3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만 이날 회사가 발표한 분기 주요 실적을 보면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각각 244억달러, 2.15달러로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 기준 월가 전망치(매출 247억달러·EPS 2.06달러)를 충족하지 못했다.

델 측이 제시한 다음 분기(올해 11월~내년 1월) 매출 전망치도 240억~250억달러로 월가 전망치(256억달러)에 못 미친다. 이에 회사 경영진은 PC 사업을 비롯해 데이터 저장 사업으로 대표되는 비AI 사업 수요가 늘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노플레이크 등은 소프트웨어 업종 수익화가 확인되면서 주가가 상승 모멘텀을 받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지난 20일 스노플레이크는 2025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 발표 때 해당 분기 총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8% 늘었으며, 해당 회계연도 한 해 매출 전망치도 이전에 제기한 수치(33억6000만달러)보다 높은 34억3000만달러로 제시했다.

다음달 3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달 들어 글로벌 주요 투자사 12곳이 모두 세일즈포스 목표가를 올려잡았다. 일례로 21일 캐시 허버티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가를 기존 325달러에서 360달러로 높여잡았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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