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주식시장 랠리 트럼프정부 규제완화 기대에 M&A 감정지수 올들어 최고 사모펀드보단 주식인수 형식 메이시스·언더아머 등 매물로 '반독점 규제' 빅테크는 발목
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기대에 다소 못 미쳤지만 내년에는 본격적인 성수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월가 예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갈등을 비롯해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연말 주식시장이 상승 랠리에 접어들었고 금리 수준도 낮아지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는 점이 근거다.
다만 독점 리스크가 큰 빅테크 기업들의 M&A보다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미국·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월가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글로벌 M&A 규모는 약 4조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집계된 수치다. 앞서 2023년 2월~2024년 1월 기준 12개월은 거래 규모가 약 3조달러에 그친 것에 비해 늘어난 수준이며, 내년에는 M&A가 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은행은 내다봤다.
앞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올해 현재로서는 기업들 M&A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CG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M&A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 늘었다. 지난달 1일까지 집계된 BCG M&A 감정지수는 89로 장기 평균(100)을 밑돌지만 올해 들어서는 최고치다.
'월가 최고의 M&A 전문가'로 꼽히는 롭 킨들러 변호사는 5일 배런스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기업들이 M&A와 관련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내년에는 눌려 있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봤다.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M&A 형식과 관련해 그는 "현재 주식시장 분위기상 기업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주식 전량 인수 형식의 거래가 많을 것"이라면서 "사모펀드를 통한 거래도 많겠지만 사모펀드보다는 기업이 직접 나서는 주식 인수 형태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 기조도 내년에 M&A가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업종과 관련해 킨들러 변호사는 "에너지와 미디어 부문 M&A가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M&A 시장이 성수기에 접어들더라도 기업 규모별로 온도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역시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서는 독점적 시장지배력 문제를 들어 날 선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차기 정부 반독점 업무를 이끌 법무부 반독점국 차관보에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경제고문이자 빅테크 규제 강화론자인 게일 슬레이터를 지명했다고 4일 밝혔다.
그는 "빅테크는 가장 혁신적인 분야에서 경쟁을 억압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등에 업고 작은 기술 기업들을 짓밟았다"면서 "나는 첫 임기 동안 빅테크와 맞서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게일이 그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모건스탠리는 시가총액이 70억달러를 밑도는 기업 중 경영난 등 각종 사유로 최근 몇 년간 주가 흐름이 부진하거나 M&A가 거론됐던 일부 기업이 실제 M&A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대표적으로는 백화점 체인 기업 메이시스와 콜스를 비롯해 생활용품·산업용품 판매업체 뉴웰 브랜즈,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 스포츠 용품업체 언더아머, 금융기업 라자드 등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