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이어 ECM도…증권사, 수요예측 무력화

입력 : 2023.03.13 08:46:45
제목 : DCM이어 ECM도…증권사, 수요예측 무력화
NH·KB 등 대형사 DCM·ECM 딜에서 편법 사용 '의혹' 감시망 본격 가동하는 금감원에 예민해지는 증권업계

[톱데일리]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수요예측 편법 행위에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에서 모두 수요예측 모범규준을 어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CM에서의 편법 의혹은 지난해 9월 시행됐던 더블유씨피(WCP) 기업공개 과정에서 제기됐다. WCP는 지난해 9월14~15일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주당 8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희망공모금액을 제시하고 수요예 측 절차를 밟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달 19일 확정공모가(6만원)와 배정 물량을 공시했으며, 같은 달 20~21일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청약을 시행했다.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는 당시 대표 주관사였던 KB증권이 수요예측 과정에 특정 공모가를 써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기관투자가들이 자체적으로 적정 기업 가치를 책정하는 행위에 반하는 행동을 한 셈이다. 주관사와 기관투자가가 쌓는 이해관계를 토대로 향후 거래에서 배정이 이뤄지는 탓에, 이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기관투자가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KB증권의 다른 딜(거래)을 고려해 주관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투자자들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예측 이후 절차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WCP 기업공개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한 기관투자가는 "발행사와 주관사(KB증권)가 정한 희망공모밴드(8만~10만원)보다 실제 수요는 한참 낮은 금액에서 형성됐다"며 "이로 인해 수요예측 종료(2022년 9월15일) 직후 이틀간, 주관사에서 6만원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기관'과 '청약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을 접촉해 수요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상당한 물량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공모가를 더 낮추거나 공모를 철회해야 맞는데, 공모가를 6만원선에서 맞추기 위해 추가로 수요를 조사해 물량을 배정하는 등 무리하게 상장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기업공개를 위한 수요예측)에 따르면 주관사는 공모금액 미달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요예측 종료 후 별도의 수요 파악을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주관사는 공모 가격 결정 시 수요예측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WCP 상장 대표주관을 맡았던 KB증권 관계자는 "공모가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주관사가 특정 가격을 언급해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가 미만 제시 기관이나, 미참여 기관에 물량을 배정한 것은 확정 공모가가 정해진 이후 추가 청약 절차를 진행한 데 따른 것으로, 추가로 수요예측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관사와 관계 없이 기관투자가들이 자유롭게 참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도 최근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GS건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발행 금리를 낮추기 위해 수요예측 결과를 무력화한 것이 발각됐다. 당시 GS건설은 1500억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를 발행하겠다며 수요예측을 진행하다, 발행규모를 2500억원으로 증액했다. 한편 발행금액은 개별 민평금리에 14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수요예측에는 219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고, 가산금리 밴드 최상단은 +170bp였다. 당초 예정했던 모집액 1500억원은 +140bp에서 채웠으며, 이에 따라 최초 물량은 -40~140bp 구간을 써낸 10여곳 투자자에게 배분됐다.

증액 물량은 +140bp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써낸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발행사와 주관사가 이들을 배제하고 증액 물량 역시 금리를 +140bp 선에서 끊었다. 이에 따라 149~170bp 사이 주문을 써낸 기관투자자 5개사는 수요예측에서 부당하게 제외됐다.

금융투자협회 무보증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유효수요가 발행 예정 금액 이상일 경우 해당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없다. 발행조건이 확정된 후 청약되지 않은 물량이 있는 게 아니라면 시장 수요에 따라 물량 배정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데 이를 어긴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수요예측을 무력화하려 한 행태를 강력 규탄했다. 최근 증권사들에 소집령을 내리고, 사건이 발생한 DCM 분야에서 수요예측 관련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GS건설 사례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에서 수요예측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증권사 DCM과 ECM 부서 모두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 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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