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미국 상장사 최고 경영자(CEO) 중 327명이 짐을 쌌다. 이는 작년 퇴직자를 이미 넘어선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매체 포천이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1991명의 CEO가 퇴사했는데, 이는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이다.

미국 상장 기업의 CEO 퇴임 건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1월까지 퇴사자는 3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증가했다. 이전 최대 규모인 2019년의 312명을 이미 추월했다.

오랜 기간 특정 업종에서 독주하다시피 했던 기업들에서 CEO 교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도체 강자였던 인텔,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 글로벌 커피 가맹점 스타벅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사례 중에는 이달 초 이사회가 그의 회생 계획에 대한 신뢰를 잃은 후 인텔 CEO에서 쫓겨난 팻 겔싱어가 있다.

인텔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엔비디아에 밀리며 주가가 하락하고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자, 이달 초 팻 겔싱어 CEO를 경질했다. 후임은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보잉은 2018년과 2019년 발생한 737 맥스 항공기 추락 사고에 이어 올해 초 신형 항공기의 출입문이 비행 중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에 따라 데이브 칼훈 CEO는 지난 3월 퇴임을 발표했으며, 8월 항공업계 베테랑 켈리 오트버그가 새 CEO로 임명됐다. 감원과 비용 절감 계획을 실행 중이다.

스타벅스는 패스트푸트 체인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전 CEO 브라이언 니콜을 영입했다. 니콜은 메뉴 단순화와 서비스 속도 개선 등을 통해 고객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임명 소식은 스타벅스 주가를 25% 상승시키는 계기가 됐으나 최근 들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바리스타 파업 여파로 다시 주저앉았다.

나이키는 기존 CEO 존 도너휴가 매출 성장에는 성공했으나 혁신 부족과 유통업체와의 결별 문제로 지난 9월 엘리어트 힐로 교체됐다. 힐은 나이키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내부 인사다.

가정용 피트니스 장비업체 펠로톤은 재택근무 감소와 함께 매출이 급락하자,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 출신 베리 매카시 CEO가 지난 5월 구조조정을 이유로 물러났다.

포천은 이달 초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CEO 브라이언 톰슨이 사망한 사건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팬데믹 동안 둔화했던 CEO 교체는 최근 몇 년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소비자 변화 등 외부 압박 속 기업의 실적 부진과 전략적 실수로 인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란 해석이 나온다.

CEO 교체의 주요 원인은 성과 부진과 전략적 실수로 인한 투자자와 이사회의 신뢰 상실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CEO가 직위를 떠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사임’이 5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유 미공개’가 496건, ‘은퇴’가 445건, ‘이직’이 148건, 그리고 ‘사직’이 12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S&P500에 편입된 기업의 수익률이 2년 연속 20% 이상을 기록하는 현 상황에서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사회는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있다. CNBC는 “소비자 중심 기업이 석유 및 가스 개발 기업보다 기호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 CEO 교체율이 더 높다”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의 앤드류 챌린저 부사장은 “회사와 직원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와 주주들에게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경우 임시 대표를 교체하는 것이 훨씬 덜 혼란스럽다”고 설명했다.

헤드헌팅 업체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의 클라크 머피는 “견고한 시장에서 성과가 부진할 경우 이사회에서 조치가 빨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