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단위 특수가스 매물 나왔다는데”…어두운 제조업 분위기에 M&A 순항할까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입력 : 2025.01.13 15:05:26
[사진=DIG에어가스]


조(兆)단위 특수가스 제조업체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몸집이 큰 인프라 자산이기에 큰손 투자사들이 반길만한 물건이지만 어두워진 국내 제조업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은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 지분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2019년 MBK파트너스로부터 DIG에어가스 지분 100%를 2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DIG에어가스는 대성합동지주와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에어리쿼드가 합작해 1979년에 설립한 곳이다.

린데코리아,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다음으로 국내 산업용 가스 시장점유율이 높은 곳이며 DIG에어가스에서 생산된 가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금속, 석유화학 산업에 쓰인다.

2023년 DIG에어가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312억원, 133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227억원이다.

인프라성 기업은 통상 인수 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관련 기업, 외국계 투자사들이 선호하는 매물이다.

하지만 애매한 시너지 효과와 불안한 반도체 업황 등으로 현재 가스업체의 M&A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에어프로덕츠]


지난해 산업용 가스 시장점유율 2위 업체인 에어프로덕츠코리아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초 5조원 이상의 몸값이 예상되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주요 수주처 중 하나로 꼽히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 건설이 중단되고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미국 모기업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자 매물에 대한 눈높이가 3조원 중반대로 낮아졌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도 당초 국내 사모펀드 연합인 IMM·스틱 컨소시엄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눈높이 차이 때문에 거래가 무산됐다.

효성화학은 1조원 이상을 바랬지만 인수 측은 7000억~8000억원 대를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를 품기로 했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SK스페셜티 인수 작업만 제대로 순항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SK로부터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최근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 쓰이는 특수가스 생산 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다.

IB업계에선 특수가스 매물들의 몸값이 비교적 높은 상황이나 현 보유자들이 제값을 받고 매각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본다.

IB업계 관계자는 “유틸리티 산업이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 인프라 전문 투자사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는 맞지만 경기 사이클이 침체에 접어든 만큼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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