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상금 456억원 있으면 상장사 1000개중 골라 산다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1.15 17:50:12 I 수정 : 2025.01.15 20:08:15
구멍가게 수준 한계기업 "탈락" 못시켜…
상폐 시총기준 17년째 제자리
화폐가치 상승조차 적용 안돼
美나스닥 기준, 코스피 14.6배
"좀비기업 솎아내야 증시반전"






'오징어게임'의 우승상금 456억원으로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는 상장사가 10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상장 유지 요건으로 시가총액 수백억 원을 내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7년째 기준을 올리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외면받는 부실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456억원으로 경영권을 획득(지분 50%+1주)할 수 있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수는 1067개사(우선주 및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외, 단순 시총 기준)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오징어게임 우승자가 우승상금 456억원으로 상장사 전체 중 절반이 넘는 52.74%의 경영권을 뺏을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456억원으로 23.38%에 달하는 191개사 경영권을 노려볼 수 있다.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는 기업도 446개사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 386개사(23.24%)는 지분을 전부 살 수 있고, 코스피에서는 60개사(7.34%)가 해당된다. 오징어게임 우승상금으로 지분 전량을 인수할 수 있는 종목들 대부분이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좀비기업이었다.

지난 14일 기준 시총 456억원 미만 코스피 상장사 60개사 중 83%에 달하는 50개사가 이날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 미만이었다. 코스닥 상장사 386개사 중에서는 71%인 276개사가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을 넘지 못했다.

관리종목 또는 투자유의환기종목에 속하며 주가가 급락한 한계기업 대부분도 여기에 속했다.





14일 기준 관리종목 또는 투자유의환기종목에 속한 코스닥 상장사 106개사 중 2개사를 제외한 104개사 모두 시총이 456억원보다 적다. 유가증권시장의 관리종목 15개사 중에서도 태영건설을 빼고 모두 시총이 400억원을 밑돈다.

2008년 이후 상장폐지 시총 미달 요건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8년 9월 12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시총 기준이 각각 25억원에서 50억원으로,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상향된 채 17년째 그대로다. 통계청 화폐가치 계산기로 당시 50억원은 현재 69억5000만원의 가치로 40% 가까이 올랐으나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국내의 상장폐지 시총 기준은 글로벌 증시에 비해 턱없이 낮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는 시총을 100억엔(약 900억원) 이상 유지해야 한다. 스탠더드 시장도 10억엔(약 90억원)이 기준이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과 글로벌 마켓은 5000만달러(약 730억원)를 상장폐지 시총 요건으로 내걸고 있고, 캐피털 마켓은 3500만달러(약 510억원)다.

그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건전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총과 매출액 기준을 비롯해 무딘 상장폐지 요건이 유지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도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증시에 부실기업이 지나치게 많다"며 "상장폐지 기준을 더욱 강화해 좀비기업들을 솎아내야 국내 증시의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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