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 전쟁 속 예술의 자리는?-①

이세영

입력 : 2025.01.20 18:15:25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본인 제공

미국 현대예술의 본거지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는 지금 인공지능 전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샌프란시스코에는 한국계 미국인 오드리 김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설립한 '어긋난 인공지능 박물관'(Misalignment Museum)이 있다.

또한 도시 곳곳의 전광판과 광고 보드에는 인공지능 플랫폼과 기술 혁신을 홍보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인공지능 기술의 예술 분야에 대한 영향을 연구해왔다.

사실상 인공지능은 예술을 포함한 창작의 모든 영역을 재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예술은 모두 사라질까?

샌프란시스코 시내 거리의 AI 광고 보드
[이은준 교수 제공]

◇ 인공지능 예술의 부상: 위협 혹은 공존? 인공지능이 기존 예술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그림은 물론 음악과 시도 창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필자는 이런 우려 속에서도 공존의 가능성을 찾아냈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은 새로운 예술 형식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업 창작한 예술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외곽 도로의 인공지능 전광판과 광고 보드
[이은준 교수 제공]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와 데이터 아트를 활용한 추상적 시각 표현까지, 인공지능은 기존 예술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고 있다.

바이엘의 인공지능 혁신 광고
[이은준 교수 제공]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예술을 위협하는 것만은 아니다.

필자가 살펴본 현재 고전 예술은 여전히 그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고전 회화 작품은 여전히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물론 과거의 방식으로 예술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은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지만, 고전 예술이 가진 가치와 독특함은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 인공지능-인간 협업:위협을 넘어 공존으로 단 몇 초 만에 그림, 음악, 시를 창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기존 예술의 패러다임을 위협하면서도 동시에 협업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인공지능이 새로운 예술 형식을 선보인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가 눈길을 끈다.

뉴욕의 '아트텍하우스'(ARTECHOUSE)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몰입형 전시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달 10일부터 시작되는 'SUBMERGE Project'는 첼시 마켓의 100년 된 보일러실을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최첨단 270도, 18K 해상도의 몰입형 디지털 캔버스를 활용해 수십 명의 창작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뉴욕 ARTECHOUSE 전시
사진 출처 : ARTECHOUSE 홈페이지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는 'Electric Dreams: Art and Technology Before the Internet'라는 '레트로'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가상현실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전시는 1950년대부터 인터넷 시대 초기까지의 광학, 키네틱, 프로그래밍, 디지털 아트의 초기 혁신가를 조명한다.

몰입형 디지털 기술의 길을 열어준 초기 VR 예술 실험을 전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Liquid Views'(1992)라는 작품은 관람객이 디지털 물에 반사된 이미지를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이트 모던 'Electric Dreams: Art and Technology Before the Internet' 전시 작
사진 : 테이트 모던 홈페이지

이 전시는 6월 1일까지 계속되며, 150개 이상의 작품을 통해 초기 기술 예술을 경험할 기회다.

이러한 기술은 데이터 아트를 통한 추상적 표현과 함께 인간과 기계가 협력해 창조할 수 있는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 NFT와 희소성 논란 NFT는 몇 년 전 큰 화제를 모으며 디지털 예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기술이다.

이 기술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을 인증하고,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에 희소성을 부여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772억 원에 낙찰된 사례는 NFT가 경제적 가능성을 얼마나 크게 열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NFT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 작가들은 원본을 소각하거나 삭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복사와 붙여넣기가 쉬운 디지털 작품의 특성에 대응하려는 방책일 수도 있고, 희소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NFT를 발행한 후에도 원본 파일을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다.

대부분의 작가는 원본을 유지한다.

작품의 가치와 소유권이 기술적으로 보장되는 NFT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도 일부 작가는 희소성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원본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화가가 자기 작품을 불태운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구매자가 원본의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의 독창성과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기술로, 원본 파일의 존재 여부와는 별개로 가치가 평가된다.

원본 파일을 보관하거나 삭제할지는 작가와 구매자 간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각 작품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NFT 미술품이 예술적 가치보다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미술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NFT 작품이 과대평가 되고, 일부 IT 부자들이 가격을 폭등시키는 상황은 예술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NFT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투자일 뿐이며, 미술품도 원래 가치 저장 수단이었다'는 옹호론과 'NFT는 단지 투기의 한 형태'라는 비판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예술의 미래: 새로운 균형을 찾아서 NFT와 인공지능은 예술계의 권력을 분산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예술 작품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NFT는 작품의 진위와 소유권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며, 작가와 구매자 간의 직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혁신이 예술의 질적 가치를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

작품의 희소성과 독창성이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현대 예술의 중심지는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가져올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을 탐구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NFT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예술이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기술과 예술의 공존 속에서 인간 창작의 본질과 가치를 재정의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화된 시대에 고전 작품은 '희소성'이라는 매력으로 가치를 더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고전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된 이유는, 디지털 작품이 쉽게 복제되거나 인터넷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매체에서는 예술 작품이 빠르게 확산하고, 대중의 손에 쉽게 들어가지만, 고전 작품은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특별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테이트모던의 사례처럼 고전 예술은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하며, 디지털화된 시대에 '희소성'이라는 매력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물리적 형태로 존재하는 고전 작품은 디지털 작품과 달리 복제가 어려워 독특한 가치를 제공한다.

그것이 바로 많은 사람이 여전히 미술관을 찾고 공연장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러한 예술의 향유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이 아직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연되고 있는 사실을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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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전시 'Electric DreamsArt and Technology Before the Internet' 유튜브
https://youtu.be/watch?v=bl2RQBJohto&t=10s
YOUTUBE
https://www.youtube.com/embed/watch?v=bl2RQBJohto&start=10s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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