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SM 인수 2019년부터 추진...하이브스럽지 않아 중단”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입력 : 2023.03.15 11:35:13
하이브 방시혁 밝힌 ‘SM 인수전’ 막전막후
이수만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카카오와 플랫폼 협의 개인적으로 만족”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관훈포럼에 참석했다. 강영국 기자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SM 인수’ 중단 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서 ‘SM 인수전’ 관련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초청 관훈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최근 하이브가 SM 인수 절차 중단을 공식화한 뒤 방 의장이 처음으로 나서는 공식석상으로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한 듯, 방 의장은 본격 강연 시작에 앞서 “제가 사실 굉장히 긴장해서 2주 전부터 오늘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기침감기가 있더라. 미리 양해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겠다”며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K팝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전망한 방 의장은 최근 화제가 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언급했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며 SM 1대 주주로 올라서 업계 파장을 일으켰으나 SM 지분 공개매수에 실패하고 카카오와의 ‘적대적 M&A’ 주장 난타를 거듭하던 끝에 지난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방 의장은 SM 인수전 관련 질문에 “개인적 비전은 아니고, 하이브 의장으로서 의견 말씀드리겠다. 물론 그 안에는 개인적 철학도 담겨 있다”며 시간순으로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2019년부터 SM 인수 시도…파장 예상 밖”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관훈포럼에 참석했다. 강영국 기자


방 의장은 “사실 하이브가 SM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은 2019년부터다. 2019년에 이미 제안을 넣었었고, 이것이 기사로 나온 적은 없고 루머로만 돌아다녔다. 2019년부터 두 번 오퍼 넣었고 거절당했던 것도 맞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었다. 찬성 의견은 글로벌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K팝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였고, 반대 입장에선 그 정도 돈을 좀 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적, 혁신적으로 쓰는 게 맞지 않겠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찬반 양론 중 작년 중순 넘어가면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왔고 다시 한 번 인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그 때 나는 의장으로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알아봤으면 좋겠고, SM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그런데 우리에게도 굉장히 갑작스럽게 이수만에게 연락이 왔고 지분 인수 의향을 물었다”며 “내부에서 짧게 토론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과거에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가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분 인수 결정 후 진행된 치열한 인수전 등 파장에 대해서는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방 의장은 “이수만 지분을 인수하고, 평화적으로 (SM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이후 시장 과열이나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에 대해서는 저희 예상 밖이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SM에 대해 생각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한 명확한 가치가 있었고, 어느 순간 우리가 생각한 가치를 넘어선다고 생각이 든 뒤 고민이 있었고, 끝끝내 인수가 맞느냐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인수를 중단한 건 ‘하이브스러움’을 넘어선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있었다. 방 의장은 “처음 인수에 들어갈 때의 가치를 넘어선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이 이렇게 과열되고 우리 주주가치 흔들고 시장을 흔들며 전쟁으로 바라보며 들어갈 순 없다고 생각했다. 외부에서는 숫자만 보이지만, 인수하는 입장에선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기업 통합에는 수많은 리소스가 들어가고 구성원의 감정노동이 들어가는데, 이것까지 감내하며 이 선택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이브스럽지 않다고 생각했고, 원래 로드맵대로 글로벌로 가고 좀 더 혁신적인 데 투자하자는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팬 배려 못해 미안…개인적으론 ‘졌잘싸’ 아냐”
SM 인수 과정이 ‘쩐의 전쟁’이 되면서 정작 중요한 주체인 아티스트와 팬들이 상처받은 데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지난 주말에 보아 씨가 20주년 콘서트를 했다.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기업이 K팝을 이 자리까지 끌고 오는 데 굉장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이 어떤 기여를 했건 본인이 리드한 것은 아티스트라는 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방 의장은 “사람들이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자극적, 말초적인 상황에도 아티스트들은 자기 자리에서 가슴앓이하며 본업을 했고, 팬들도 응원했다. 이 인수가 우리나 카카오나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더 나은 일을 위해 시작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방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전쟁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서 골치 아픈 적은 없었는데, 매니지먼트 하는 입장에선 미안했다. 우리의 본질은 아티스트의 행복과 팬들의 행복인데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들이 고민하는 게 맞나 하며 밤잠 못 자고 고민했다. 그분들에게 미안하다는 얘기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또 “마찬가지로 나는, 인수를 승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물론 여론이나 사람들 관점에서는 이걸 재미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승과 패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인수라는 것은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오기로 하면 안 되고, 합리적 선택이고 우리 기업 미래에 맞는 일인가, 주주가치 훼손하지 않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며 “인수를 승패로 바라보는 관점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기위로하는 것이라) 하는 분이 있을 거다. 하지만, 하이브는 미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IP와 아티스트 중심으로 생각하는, 우리 회사에서 솔루션이라 생각하는 전통 부가산업 한 축과, 그 팬덤을 한곳에 모으는 플랫폼 마지막으로 엔터라이프 스타일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임까지. 이 세 영역을 우리 미래의 축이라 생각한다”면서 “사실 이번 인수에서 후퇴하면서 우리는 우리 미래의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대해 카카오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끌어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승패를 기준으로 보고 싶은 분들께는, 내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SM 인수 포기에 대한 이수만의 반응은 어땠을까. 방 의장은 “합의 중간에 말씀드릴 수 없었던 건 사실이다. 끝나고 소상하게 설명드렸다. 다만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진 않으셨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말씀하신 게 다다. 실망하셨는지 알 수 없고, 사실 나같은 후배 앞에서 실망감을 드러내진 않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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