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돈 못벌어도 근로자 임금은 올라”...경제학회 논문 살펴보니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5.02.03 07:21:14
입력 : 2025.02.03 07:21:14
오지윤 명지대 경제학 교수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에 발표
“미국 슈퍼스타기업 등장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대조”
韓기업 영업이익률 15% 줄때
근로자 임금은 39% 증가해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에 발표
“미국 슈퍼스타기업 등장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대조”
韓기업 영업이익률 15% 줄때
근로자 임금은 39% 증가해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피용자보수비율)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2000년대 들어 급상승한 것은 기업 이익보다 월급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 ‘코리안 이코노믹 리뷰(KER)’ 최신 호에 오지윤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한국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의 미시적 구조 분석’ 논문이 실렸다. KER은 국내에서 가장 권위를 가진 영문 경제학 저널이다.
오 교수는 논문에서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피용자보수비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피용자보수비율 상승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2년 이전에 노동소득분배율로 불리던 피용자보수비율은 근로자 임금이 전체 기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기업 이익 증가보다 임금 증가 속도가 빠르면 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피용자보수비율을 끌어올리겠다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피용자보수비율은 2000년대 들어 장기 상승 추세를 보인다. 2000년엔 57.5%였지만 꾸준히 상승해 2023년엔 67.7%를 기록했다.
오 교수는 한국의 피용자보수비율이 상승하는 이유로 산업집중도 감소, 대기업의 피용자보수비율 증가, 기업 수익성 악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빠른 기술 혁신과 집중적인 투자로 이익 증가 속도가 임금보다 빠르다. 따라서 이익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피용자보수비율이 내려간다.
오 교수는 “미국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슈퍼스타 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지만 한국은 대기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라 오랜 기간 재직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져도 임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피용자보수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집중도에 대해서도 오 교수는 “삼성전자가 속해 있는 반도체·전자기기 산업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산업에서 일부 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모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피용자보수비율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 교수는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며 “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지만 임금은 상승해 피용자보수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4.14%에서 2023년 3.48%로 10년간 15.9% 떨어졌다.
반면 국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13년 262만원에서 2023년 364만원으로 39% 뛴 것으로 통계청이 집계했다. 기업들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임금 상승 속도가 2배 이상 빨랐다는 뜻이다.
오 교수는 “한국의 피용자보수비율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생산성 혁신을 가져오는 슈퍼스타 기업의 부재 때문이라면 사회 전반의 후생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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