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가 20%가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어섰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335% 오른 에코프로를 두고 개인과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 공방전을 벌이며 주가 변동성이 높아져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가 전 거래일보다 7만7000원(20.8%) 오른 44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에코프로는 연초 시가총액 2조8000억원·코스닥 6위에서 석 달 만에 시가총액 11조4000억원·2위 기업이 됐다.

공매도가 최근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2차전지 관련주의 가파른 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 빌려 공매도에 나섰는데 예상 밖으로 주가가 오르자 급하게 주식을 사서 되갚는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차잔고 상위 3개 기업이 모두 2차전지 관련주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대차잔고 2조655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엘앤에프(8854억원), 에코프로(8715억원) 순이다.

지난 14일 에코프로는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일시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기까지 했다. 올해 들어서만 5번째다. 기관·외국인의 ‘숏(주가 하락)’ 포지션과 개인들의 ‘롱(주가 상승)’ 포지션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이에 ‘한국판 게임스톱’ 현상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의 비디오게임 유통점 게임스톱의 주가가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 개인 투자자들의 응집력에 의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코프로의 주가가 공매도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인 대차거래 잔고가 전일 대비 감소하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대차거래 잔고가 전일대비 증가하면 주가는 하락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다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빌려오는데 이 주식이 대차잔고로 잡힌다. 공매도 세력은 빌려온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야하는데 이걸 ‘숏커버링’이라 부르고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된다. 이렇게 숏커버링으로 빌려온 주식을 갚으면 대차잔고는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13일 에코프로 주가가 17% 올랐는데 대차잔고가 244만1000주로 전일 250만3000주보다 6만2000주 감소했다. 반대로 지난 10일 에코프로 주가가 6% 하락했는데 대차잔고는 250만3000주로 전일 249만3000주보다 1만주 증가했다.

물론 에코프로는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한 호재가 있다. 오는 1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판 IRA인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재활용된 원자재가 적용된 제품에 한해 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 에코프로는 SK에코플랜트 등과 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공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간밤 테슬라가 주가가 5% 오른 영향도 있다.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양극재 기업)도 이날 1만7500원(8.9%) 오른 21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다른 자회사 에코프로에이치엔(환경사업 기업)도 2.2% 올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업종에 대해 무분별한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주 관련 모멘텀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여지나 최근 단기 주가 급등으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프리미엄을 키워온 소재주 중심의 수주 기대감이 확산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유럽의 CRMA 초안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에 따라서 한국업체의 유불리를 따지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