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던 화장품주가 급락하고 있다. 경기부양책 규모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중국 화장품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열린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예상보다 낮은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1994년 양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13일 양회가 막을 내렸지만 내수 촉진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도 없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보수적인 수치"라며 "관전 포인트였던 부동산 부문에서도 서프라이즈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양회에 기대를 걸었던 주요 화장품주는 지난 5일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 주가는 5일 이후 12.72%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기간 13.38% 급락했다.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세가 화장품주 하락세를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LG생활건강을 각각 539억원, 264억원 팔았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도 각각 368억원, 282억원 순매도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없이는 단기간에 중국 내 화장품 수요가 늘어나기 어려워 화장품주의 상반기 실적은 악화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봤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보복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 지출은 아직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 전망치(1.9%)와 전월 상승률(2.1%)을 모두 밑도는 수치다. 코로나19 기간 급감한 가계 소비 여력, 고용 시장 침체 등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업체의 면세점 매출은 1분기에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면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역성장할 것"이라며 "중국 수요 회복 없이는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 업체의 중국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초화장품의 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31.4% 하락한 19억4640만달러로 5년 만에 감소했다. 기초화장품의 t당 수출 가격도 기존 3만~4만달러에서 지난해 12월 2만9000달러로 하락했고 올해 1월에는 2만3000달러까지 하락했다. 전체 해외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6%가량으로 높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실적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17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6%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4% 급락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