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M&A 매물로 센트로이드 인수후 체질 개선 골프공·의류 등 공격적인 확장 4년만에 매출 1조 가까이 늘어 인수당시 자금 조달한 F&F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관심 신협·새마을금고 등 투자자들 매각 성공땐 고수익 기대감
테일러메이드는 아쿠쉬네트(타이틀리스트), 탑골프캘러웨이와 함께 세계 3대 골프 브랜드로 꼽힌다. 세계적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 더스틴 존슨 등이 사용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8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전격 인수에 성공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일러메이드 매각가는 35억달러(약 5조600억원) 수준이다. 2021년 8월 당시 지분 100% 인수금액 약 17억달러의 두 배를 웃돈다. 당시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16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차익까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이 순항할 경우 국내 PEF 운용사 주도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인수·합병(M&A) 역사에 기념비적인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매각 차익 자체도 상당하지만 IB업계에서는 토종 PEF 운용사가 세계적인 브랜드를 통째로 인수해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린 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한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
경쟁사인 아쿠쉬네트 역시 2011년 국내 의류 브랜드 휠라코리아·미래에셋PE 컨소시엄에 인수된 바 있다. 다만 이 거래는 기본적으로 전략적투자자(SI)인 휠라코리아가 주도한 거래였다.
휠라코리아는 2016년 아쿠쉬네트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시킨 뒤 단계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테일러메이드가 단기간에 전 세계 유수 PEF 운용사와 국부펀드, 스포츠 브랜드가 탐내는 매물로 성장한 것은 센트로이드가 인수 당시 수립한 핵심 가치 제고 전략을 순조롭게 달성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센트로이드는 2021년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기존에 두각을 나타내던 장비 부문에 더해 상대적 약점으로 평가되던 골프공과 의류사업 확장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이후 2021년 낫소골프(현 테일러메이드골프볼코리아)를 전격 인수했다. 이 덕분에 이전까지 11~12%에 머물던 전 세계 골프볼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15.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5월에는 우즈와 손잡고 신규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인 '선 데이 레드(Sun Day Red)'를 선보였다. 북미 오프라인 매장 설립은 물론 아시아 주요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3위 골프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 점유율도 늘려가고 있다. 센트로이드 인수 이전에 비해 한국 매출과 수익성이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테일러메이드 실적은 센트로이드 인수 이후 크게 호전됐다. 지난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추정치는 2억2150만달러(약 3213억원)로, 인수 이전인 2020년 1억700만달러(약 1548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9억4300만달러(약 1조3645억원)에서 14억4400만달러(약 2조895억원)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쓰인 센트로이드제7호바이아웃 펀드에는 MG새마을금고중앙회, 신협중앙회를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와 SI인 F&F가 참여했다. 5조원대에 매각이 성공한다면 이들 투자자 역시 모처럼 쏠쏠한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F&F에 우선매수권과 주요 경영권 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자본시장법상 업무집행사원의 권한과 의무 범위에서 행사되고 모든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 회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의 경영권 행사는 자신들이 주도하지만 자본시장법 범위 내 일부 사항에 국한해 F&F의 동의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F&F의 우선매수권 행사도 주요 관심사다. 양측 합의에 따라 매각 과정에서 제3자로부터 받은 가장 높은 가격과 거래 조건을 기준으로, F&F는 14일 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F&F는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 테일러메이드의 기업가치가 인수 당시보다 크게 상승한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F&F가 경영권 인수에 필요한 현금 규모와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고려했을 때 F&F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SI의 권리는 자본시장법과 관련 법령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행사돼야 하며, 다른 투자자의 공동 이익을 해치는 방식으로 남용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센트로이드 측은 "선관주의에 따라 업무집행사원으로서 모든 투자자의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투자 회수 또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F&F 측은 "F&F에 동의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에 일체의 상의 없이 매각을 추진하는 점은 매우 유감이며, 이는 양사가 합의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