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착오 송금' 알면서 써도 되나?

착오 송금 알고도 사용시 '횡령죄' 해당착오 송금 반환지원제 시행…145억원 되찾아착오 송금 최다 실수는 '8'→'0'으로 오기'자주 쓰는 계좌' 목록 등록하면 유용해
심재훈

입력 : 2025.02.10 07:20:01


현금자동입출금기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사진은 2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2024.5.2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평소에 은행을 통해 비대면으로 돈을 이체하거나 송금하다 보면 복잡한 계좌번호 때문에 숫자를 잘못 누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모바일뱅킹을 하려면 상대적으로 손이 큰 남성의 경우 터치패드에 원하는 숫자가 아닌 다른 숫자가 눌러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만일 송금 또는 이체 계좌번호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처음 입력한 계좌번호로 돈을 보냈을 때 일부 숫자가 틀려 전혀 다른 사람에게 가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를 '착오 송금'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잘못 송금한 본인이 돈을 받은 상대방과 직접 해결해야 해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2021년부터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착오 송금 반환지원제도'를 시행해 중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착오 송금 문제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착오 송금인 줄 알면서도 자기 은행 계좌에 들어왔기 때문에 '내 돈'이라고 주장하며 돌려주지 않고 그냥 써버리는 경우도 있다.

착오 송금된 돈을 써버리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 횡령죄 등으로 법적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 착오 송금 알고도 써버린다면 '횡령죄' 해당 지난해 12월 자신의 금융 계좌에 들어온 2천만원이 잘못 송금된 돈임을 알고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20대 남성 A씨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A씨는 피해자 B씨가 착오를 일으켜 잘못 보낸 2천만원을 은행 계좌로 송금받았다.

A씨는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금융기관 고객센터에서 송금 착오 사실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지만 돌려주지 않았다.

그 뒤 A씨는 B씨가 송금한 돈을 생활비와 빚을 갚는 데 쓴 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연합뉴스TV 제공]

2021년에는 C씨가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120만원을 착오 송금했는데 수취인 D씨는 1년 4개월 동안이나 반환을 거부하며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에게 폭언과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보듯이 분명히 잘못 송금된 돈이지만 엄연히 내 계좌로 들어온 돈이니 '내 소유'라고 생각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착오 송금임을 인지하고도 돈을 반환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 법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착오 송금된 돈을 소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착오 송금은 부당이득으로 간주할 수 있어 민사적으로도 반환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송금인은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반환 거부 시 추가적인 이자 지급 및 소송비용의 부담 가능성이 있다.

2018년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송금 의뢰인과 계좌 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해 계좌 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 명의인은 송금 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대법원은 착오 송금의 경우 수취인이 송금인에게 해당 예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할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수취인을 횡령죄 성립요건인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취인이 착오 송금된 금액에 대해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간주하며, 착오 송금된 돈을 불법 취득 의사를 가지고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하게 된다.

횡령죄로 처벌될 경우 벌금뿐만 아니라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처벌 수위는 횡령한 금액과 정황에 따라 달라진다.

착오 송금은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런 돈이 계좌에 들어왔을 때는 송금한 은행에 즉시 연락해 착오 송금 사실을 알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 착오 송금은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반환 거부 시 민사소송이 가능하며 반환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횡령죄로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도 착오 송금은 부당이득으로 간주하며 반환하지 않고 사용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착오 송금 반환지원제 시행…145억원 되찾아 우리나라의 경우 돈을 잘못 보냈을 경우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착오 송금 반환지원제도다.

2021년 7월 도입됐으며 착오 송금인이 실수로 잘못 보낸 돈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빠르게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로 예금보험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다.

2021년 7월 6일 이후 발생한 착오 송금에 한해 잘못 이체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으며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착오 송금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착오 송금 시 먼저 금융회사를 통해 수취인에게 반환을 요청해야 하며, 미반환된 경우에게 예금보험공사에서 반환지원 신청을 받는다.

반환지원 신청 대상은 초기에는 착오 송금 수취인으로부터 미반환된 5만원 이상~5천만원 이하의 착오 송금이었다.

2023년부터 5만원 이상~5천만원 이하로 확대됐는데 올해부터는 1억원 이하까지 늘어난다.

반환지원 절차는 금융사를 통한 사전반환 신청단계에서 착오 송금 수취인이 자진 반환 불응 시 착오송금인은 예금보험공사에 반환지원을 신청하고, 지원 대상에 해당할 경우 예금보험공사는 착오 송금인으로부터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한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사, 통신사, 행정안전부 등을 통해 착오 송금 수취인의 연락처 및 주소를 확보한 뒤 착오송금 수취인에게 연락해 자진 반환을 권유해 회수하게 된다.

착오 송금 수취인이 자진 반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지급명령을 통해 회수를 진행하며, 회수 완료 시 회수액에서 회수에 든 비용을 차감한 후 잔액을 착오송금인에게 반환하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9월 말까지 4만2천647건(837억원)의 반환지원 신청내용을 심사해 1만7천375건(254억원)을 지원 대상으로 확정한 후 관련 지원절차를 진행해 1만1천676건의 잘못 보낸 돈 145억원을 되찾아 줬다.

상대방에 착오송금 미반환 사유
[출처=예금보험공사]

상대방이 착오 송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유로는 수취인 연락처 결번 및 연락 불가 등이 1만2천903건으로 전체의 80.3%에 달했고 수취인 반환 거부(1천811건), 수취인의 반환 의사 표시 후 미반환(1천128건)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등록번호를 보유한 국내 거주 외국인도 착오 송금 반환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외국인의 착오 송금 신청은 589건으로 30대가 전체의 33.1%로 가장 많았고 이들 30대 외국인의 착오 송금 평균 신청액은 270만원이었다.

착오 송금 반환지원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잘못 보낸 계좌가 사기, 보이스피싱 등 범죄 이용·의심 계좌인 경우, 잘못 보낸 계좌가 압류 등 법적 제한계좌 또는 지급정지 계좌인 경우, 잘못 보낸 계좌의 예금주가 사망했거나 출국해 국내 주소 없는 경우, 잘못 보낸 계좌의 예금주가 휴·폐업한 경우 등이다.

◇ 착오 송금 최다 실수는 '8'→'0'으로 오기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6월 말 통계를 기준으로 분석해보니 착오 송금을 하는 가장 많은 실수는 '8'을 '0'으로 눌러 잘못 보내는 경우로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이어 '8' 대신 '3', '7' 대신 '4', '6' 대신 '9', '4' 대신 '1'을 잘못 누르는 순이었다.

키패드로 계좌번호, 송금액 등 숫자를 입력한 후 최종적으로 송금하기 전에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계좌번호 오기재 관련 현황
[출처=예금보험공사]

아는 사람에게 보냈는데 알고 보니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인 경우와 이체목록에서 잘못 선택하거나 송금액 착오를 일으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가족이나 지인에게 송금할 때는 수취인, 송금액 확인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는 사이라도 항상 주의해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착오 송금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8월의 일 평균 기온이 33℃였는데 그달의 착오 송금 신청 건수가 1천339건에 달했다.

일 평균 기온이 30.8℃를 기록했던 2023년 8월에는 986건이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3년간 8월 평균기온이 매년 상승했고 같은 기간 착오 송금 신청 건수도 증가했다며 무더운 날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천천히 송금해달라고 당부했다.

월급날에도 착오 송금 실수가 잦았다.

많은 기업과 기관들은 10일·15일(중소기업), 25일(대기업, 공무원)을 월급날로 지정하고 있는데, '10일'에 착오 송금을 해서 신청하는 경우가 1천668건으로 1위였으며 15일(1천514건), 25일(1천464건), 16일(1천387건) 순이었다.

사기로 인한 송금은 착오 송금 반환지원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20~30대는 중고 거래와 코인 소액 투자 등의 사기 수법에 취약하며, 40~50대는 주택·사업자금 수요가 있는 경우 금융회사 사칭 사기 수법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60대의 경우 퇴직금 등 여유자금이 있는 경우 투자 리딩방 등 투자사기에 취약했다.

착오송금 내역 분석결과
[출처=금융위원회]

아울러 인터넷뱅킹 중 간편하게 모바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계좌번호 또는 송금액 잘못 입력 등으로 의도치 않은 상대에게 착오 송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그동안 누적된 착오 송금 내용을 분석해보니 은행의 계좌 또는 간편송금 계정에서 송금 시 착오 송금이 발생한 경우가 87.0%였으며, 이 가운데 스마트폰의 모바일 앱(모바일뱅킹 및 간편송금)을 이용할 때 발생한 경우가 64.5%로 대부분이었다.

또한, 송금 정보 입력 과정에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66.8%)하거나 '최근 이체 목록' 등에서 이체 대상을 잘못 선택(28.3%) 등에서 착오 송금이 주로 발생했다.

◇ 착오 송금 막으려면…'자주 쓰는 계좌' 목록 등록 유용 착오 송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자주 이체하는 계좌는 '최근 이체계좌' 또는 '자주 쓰는 계좌' 목록에 등록해 사용하는 게 좋다.

목록은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선택 시 정확한 계좌인지 재확인이 필요하다.

모바일뱅킹 앱의 1만원, 10만원, 100만원 등 금액 버튼을 활용해 금액 입력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이체 전에 계좌번호, 예금주명, 금액을 꼼꼼히 확인하고 특히 제삼자나 동명이인 계좌가 아닌지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팝업창이 떴을 때 습관적으로 '확인'을 누르지 말고, 팝업 경고창의 내용을 반드시 읽는 게 좋다.

현금자동입출금기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사진은 2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2024.5.2 mjkang@yna.co.kr

은행들도 착오 송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은행들은 모바일 뱅킹 등을 할 때 입력한 계좌번호의 예금주명과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체 직전 계좌번호, 예금주명, 금액 등 전체 이체정보의 일치 여부를 재확인하는 화면을 제공한다.

6개월 또는 2년 등 일정 기간 내 송금 이력이 없는 계좌나 같은 날 동일인에게 동일 금액 송금 시 중복 이체 가능성을 팝업창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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