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투자자, 재판부에 “신창재 회장 측 지연전략 방지해달라” 요청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2.26 16:32:42
지난해 12월 국제상업회의소 판정서
재판부, 신 회장에 “풋옵션 분쟁 해결하라”
외부 평가기관 30일 이내 선정하지 않으면
벌금 하루당 20만 달러 부과 ‘강수’

신 회장측, EY한영 평가기관 선정했지만
여전히 풋옵션 가격 제시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 “지연전략 또 쓰는거냐” 불만
분쟁 2018년 9월 이후 7년 넘게 이어져
신 회장측 “불공정한 가격산정이 더 문제”


교보


1조원대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이 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가 “분쟁을 조속히 끝낼수 있도록 풋옵션 가격을 빨리 산정해달라”고 ICC(국제상업회의소) 재판부에 최근 들어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풋옵션 가격 산정기관인 EY한영과 의뢰자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측은 “2~3달 후에 가격을 산정하겠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서, 양측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지분 24%를 들고 있는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GIC·IMM PE·EQT) 중 일부 투자자는 재판부에 “조속히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는 요청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해당 투자자 측은 이미 1월 22일까지 풋옵션 가격을 산정했어야 했는데 이를 신 회장측이 어기고 있다며, 1월 23일부터 하루에 20만 달러 벌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ICC는 지난해 12월 신 회장이 FI(어피너티 컨소시엄)가 보유한 지분을 사야 할 가격(풋옵션 행사가격)을 중재 판정이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산정해야 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 20만 달러 수준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덧붙였다.

판정에 따라 신 회장측은 지난 1월 22일 EY한영을 풋옵션 행사가격 관련 외부 평가기관으로 선정하고 해당 사실을 재판부에 통보했다. 다만 신 회장측은 풋옵션 행사가격 산정에 다소 시일이 걸린다며 “2~3개월 후에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중 일부 투자자들은 신 회장측이 지연작전을 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재판부 판정문에 ‘30일 이내에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해야 하며 미이행시 하루에 20만 달러 벌금이 부과된다’는 문구를 근거로 해서, 신 회장측이 외부평가기관만 선정하고 풋옵션 행사가격 산정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게 투자자측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하지 않으면 벌금을 미루겠다는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신 회장측이 2~3개월 후에 풋옵션 행사가격을 내놓겠다고 한 것 이외에 어떠한 액션도 재판부에 취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3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EY한영이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자료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EY한영은 금융사업본부(FSO)서 해당 건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풋옵션 분쟁 해결 절차는 ‘EY한영 보고서 제출 - 투자자 미동의시 투자자측이 3곳 기관 선정해 풋옵션 가격 재산출 - 신 회장이 3곳 중 1곳 택해 풋옵션 가격 최종 확정’ 등이 남아 있는데, 신 회장측이 첫 단계부터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게 일부 투자자의 불만이다.

이 상황서 어피니티 컨소시엄 내에서도 어피니티·GIC와 IMM PE·EQT 간의 이견이 발생하고 있어서, 신 회장측이 자신에게 가장 적대적인 IMM PE·EQT 측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지연 작전을 펴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면 신 회장측과 EY한영이 절차대로 2~3개월 내에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하겠다고 재판부에 통보한만큼 조금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교보생명 본사 전경. [사진 = 교보생명]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대우인터내셔널(現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그룹 파산 당시 가져갔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지난 2012년 9월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을 주고 사면서 이뤄졌다.

당시 FI(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인수하며 ‘3년 내 IPO 불발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계약을 신 회장과 맺었다.

신 회장 입장에선 교보생명 24% 지분의 주인이 대우인터내셔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으로 이전되는 것 이외에 교보생명에 아무런 자금이 들어오지 않기에 굳이 해당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었지만,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 추가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급하게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해 간곡히 신 회장측에 요청했고, 신 회장은 업계 관행으로 믿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아울러 당시 신 회장은 교보생명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해당 계약서가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보험사 자본규제가 강화되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명보험사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이 많아지자, 교보생명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지 못했고 이 때문에 IPO가 불발됐다.

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측은 IPO 불발을 이유로 2018년 풋옵션을 행사했고, 당시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주당 41만원이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적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컨소시엄측 이야기를 과도하게 반영돼 풋옵션 행사가격을 뻥튀기로 선정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주간 계약에 따라 컨소시엄 측이 ICC에 해당 사건을 재소하며,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7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 입장에선 불공정한 계약이었는데 막상 계약을 이행하려니깐 투자자들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해서 문제가 된 건”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내부에선 컨소시엄 측이 신 회장에게 주당 41만원(교보생명 기업가치 8조4000억원 전제)에 달하는 풋옵션 행사가격을 2018년 당시 요청한 것이 지나치다는 입장도 있다. 신 회장이 그렇게 되면 컨소시엄에게 2조원 가량의 자금을 줘야 하는데, 현금이 많지 않은 신 회장 입장에선 자신의 교보생명 지분(특수관계인 포함 36.37%)을 다 팔아야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을 두고 교보생명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한 FI측의 꼼수란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신 회장측은 교보생명 기업가치가 어피니티 컨소시엄측이 투자했을 당시(약 5조원) 보다 낮아져서, 주주간계약에 따라 투자원금(주당 24만5000원) 정도만 컨소시엄측에 지급하면 분쟁이 해결될 거란 입장이다.

반면 컨소시엄 내 일부 주주들(IMM PE, EQT)은 2012년 9월 이후 만 12년이 지난 사건이고, 계약서대로 풋옵션을 행사했음에도 신 회장측이 ICC 재판까지 가면서 이를 지연시켰다며,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투자비용 등을 감안해 최소 주당 31만원을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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