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0곳에 육박하는 기업이 상장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적극적인 상장 폐지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상장 문턱 자체도 높이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디비금융제14호스팩, 에이모, 아른, 비젼사이언스, 레메디, 영광와이케이엠씨, 메를로랩, 레드엔비아, 앰틱스바이오 등 9곳의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 킥보드, 유아동 의류 등을 주력으로 하는 아른, 컬러 콘택트렌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비젼사이언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다.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에이모는 순손실 356억원,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제 개발사 레드엔비아는 16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이달 거둬들인 항진균제 혁신 신약 개발사 엠틱스바이오는 매출이 14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 9월 예비심사를 신청했던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기업 메를로랩은 매출이 27억원 수준이다.
업계는 한국거래소가 심사 눈높이를 올려 잡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부실 상장사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증시 진입장벽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주식시장 선진화의 일환으로 증시에 들어오는 기업 수를 빠져나가는 기업 수와 맞추려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코스피 퇴출 요건을 매출 50억원에서 300억원 미만으로, 코스닥 퇴출 요건을 30억원에서 100억원 미만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달 상장을 철회한 기업 상당수가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