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100% 손실 나도 괜찮으시죠?”…은행 ELS, 감내할 고객에게만 판다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입력 : 2025.02.26 20:31:31
9월 은행 ELS판매 재개
고객에 손실 고지 강화

소수 거점 점포에서만 가입
경력 3년이상 전문가만 판매

65세 이상은 가족확인 필요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2.26 [사진 = 연합뉴스]


오는 9월부터 은행 소수 거점 점포에서만 지수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또 100% 원금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고객에게만 팔도록 해 불완전판매를 차단한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홍콩 H지수 ELS 현황 및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초 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대책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원금 10조4000억원 중 4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우선 ELS를 팔 수 있는 거점 점포는 별도 출입문 설치나 층간 분리를 통해 점포 내 다른 장소와 ELS 판매 공간을 나눠야 한다. 현재는 예·적금을 만들러 갔다가 같은 창구에서 ELS까지 가입할 수 있었다. 또 자격증 보유자나 3년 이상 ELS 상품 판매 경력이 있는 전담 직원만 ELS를 팔 수 있게 됐다.

작년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총 3900개 정도인데 이 중 5~10%가 거점 점포에 해당한다. 즉 200~400개 점포에서만 앞으로 ELS를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LS 외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도 은행 내 판매 창구를 분리한다. 고객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칸막이·좌석과 대기번호표 색깔을 다르게 해야 한다.

또 금융회사는 상품별 판매 대상 고객군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에게는 투자를 권유할 수 없다. 투자자 정보를 확인하고 성향을 분석할 때 거래 목적과 재산 상황, 투자성 상품 취득·처분 경험, 상품 이해도, 위험에 대한 태도, 연령 등 6개 필수 정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원금 전액 손실도 감내할 수 있다는 소비자에게만 ELS 투자를 권유해야 하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존에는 여러 조건 중 한 부분이 안 돼도 다른 부분에서 가점이 높으면 권유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권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가 감수할 수 있는 기대손실 구간도 보다 세분화한다.

기존 기대손실 구간은 원금 보존, 10% 손실, 20% 손실, 전액 손실 등으로 구분됐지만 여기에 50% 손실과 70% 손실이 추가된다. 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ELS 가입을 희망할 때 가족 등이 상품 최종 계약 체결 여부를 확인하는 ‘지정인 확인 서비스’도 도입한다.

다만 은행권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당국은 향후 금융소비자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등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고 ELS 판매에 적극 나설지 불분명하다. 또 사실상 고령자에게는 판매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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