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들 비상…"미국 수출협상 어려워"(종합)

오영주 장관, 관세부과 피해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중기부 '긴급대응반' 가동…보호무역 피해 기업에도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관세 피해 수출 중소기업 경영 정상화 및 수출국 다변화 지원"
강애란

입력 : 2025.03.12 12:20:08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철강 관세 25% 발효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3월 12일을 하루 앞둔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정부와 철강 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대미 철강 수출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주요 철강 수출국의 경쟁 조건이 같아지면서 기회 요인도 상존한다고 보고 민관이 공조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2025.3.11 xanadu@yna.co.kr

(화성=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오늘부터 우리 제품에도 예외없이 미국 관세가 적용되는데 고객들 생각이 바뀔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볼트·너트 등 산업용 파스너(잠금장치) 제조업체 신진화스너공업의 정한성 대표는 1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연 '미국 정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전쟁'의 신호탄 격인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12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발효(한국 시각 12일 오후 1시1분)되면서 국내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알루미늄 관세율을 25%로 올리고 관세 적용 대상을 253개 파생상품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각국과의 합의에 따라 적용해온 예외와 관세 면제는 원칙상 전부 없앴다.

볼트, 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은 이날부터 곧바로 관세가 적용되고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항공기 부품 등 87개 파생상품은 미국 상무부의 추가 공고가 있을 때까지 관세 적용이 유예된다.

이번 관세 조치로 한국이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에 적용받던 기존 면세 쿼터(연간 263만t)는 폐기됐다.

당장 미국업체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면 기존 한국산 제품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수출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반을 꾸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가 열린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 지제이알미늄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중소기업은 이날 오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에 수출 계약 등에 벌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경연 지제이알미늄 대표는 "올해부터 에어컨, 열교환기 및 변압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미국 현지 기업과 연간 500만 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수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출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 유럽 지역을 가려고 하는데 나라에 따라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장비를 새로 구매하는 등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중기중앙회 자금 확대를 좀 해달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출렁이고 있는 원자재 가격 안정에도 정부가 힘을 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루미늄 공장 둘러보는 오영주 장관
(화성=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경기 화성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인 지제이알미늄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한편 이날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시행된다.2025.3.12 hwayoung7@yna.co.kr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의 대표는 "제품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며 "과거에는 포스코에서 원자재 받아 제품 만들면 돈 벌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싼 원재료를 받아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는다"고 전했다.

이어 "원자재 경쟁력 없으면 저희 제품 경쟁력도 없다"며 "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아무 제재 없이 수입되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의 방어벽이라도 마련해줘야 생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계속해서 바뀌는 등 불확실한 만큼 정부가 중소기업에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곽인학 광스틸 대표는 "제품 원가에서 금속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관세 변동에 민감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대외경쟁력이 저하되고 장기 수출계획 수립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들은 물류비 인상과 원산지 기준 강화에 대한 대응, 대기업과 협업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오원현 세인아이엔디 대표는 "코로나 이전보다 물류비가 2배 이상 올랐는데 중국 선박을 이용해 미국에 들어가면 추가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상황이라 물류비가 100% 더 오른다고 봐야 한다"며 "수출바우처 중에서도 특별히 긴급으로 물류비 지원 한도를 상향하거나 지원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대모엔지니어링 사장은 "원산지 규정이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절차로 시간적 부담이 증가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협상이 필요하고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이라든지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오영주 장관
(화성=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경기 화성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인 지제이알미늄에서 열린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2025.3.12 hwayoung7@yna.co.kr

중기부는 관세 피해 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긴급대응반'을 가동해 미국 관세 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달 중기중앙회와 함께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애로사항과 필요한 정책 등을 설문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제공, 원산지 증명 교육 확대, 법률서비스 지원 등을 추가로 검토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 등 추가 관세부과 대상으로 발표되는 품목도 선제적인 분석을 통해 지원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긴급 경영안정 자금의 경영애로 사유에 '보호무역 피해'를 추가해 경영 정상화 자금을 지원하고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긴급 경영안정보증 신청서류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오는 5월 예정인 수출바우처 2차 공고에서 관세 조치 피해기업에 대한 별도 지원물량을 배정해 수출전략 수립 컨설팅을 지원한다.

또 관세 조치 대응을 위해 수출국 다변화를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때 패스트트랙 평가 등을 통해 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부터는 전국 15개 애로신고센터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 접수와 애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애로 25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23건은 관세 조치로 인한 직·간접수출 단가와 물량 변동에 대한 우려였다.

나머지 2건은 미국 거래처의 물량 주문이 연기되는 등의 실제 피해 사례였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수출 중소기업이 느끼는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관세 피해가 우려되거나 관세 피해를 본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 정상화, 수출국 다변화 등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1천800여개인데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맞춤형 지원은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빠르게 파악해 (산업) 생태계에 무리가 안 가도록 가용 수단을 적기에 사용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aer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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