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미국소 월령제한 해제 반대…광우병 불안에 시장위축"(종합)
30개월령 이상 미국소 수입 압박에 축산업계 촉각한우협회 "수입 강행시 대응"…농식품부 "미국 공식 요청 없었다"
신선미
입력 : 2025.03.12 16:22:03
입력 : 2025.03.12 16:22:03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개선이 필요한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지목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소고기 월령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2025.3.12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미국 축산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검역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국내 축산·유통업계가 무역 정책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2일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검역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광우병 발생 우려로 지난 2008년부터 우리나라는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30개월령 미만 소에서는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안전장치'로 수입 소고기에 월령 제한을 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전국소고기협회는 중국과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서 이 같은 월령 제한을 해제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과도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소고기협회의 이 같은 요구는 줄곧 이어져 왔다.
앞서 수년간 미국무역대표부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 제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미국무역대표부는 다음 달 1일까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하고 상호적이지 않은 무역 관행을 식별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각국에 대한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 건의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정부와 다시 수입 위생 조건 개정 협상에 나서야 한다.
다만 이 협상은 전문가들의 영역인 만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국내 축산·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이 풀리면 오히려 미국 축산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30개월령 미만 수입 금지 조치는 국내 소비자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안전장치"라며 "이를 해제하면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축산업계가 조금이라도 수출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소탐대실'이 되는 게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미국 농무부(USDA)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정육 기준 4년째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작년 우리나라에 수입된 외국산 소고기는 46만1천27톤(t)이었다.
이 중 미국산 소고기가 22만1천629t으로 48%에 달했다.
한우농가는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을 요구하더라도 국회와 정부는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생각해서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국회와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한다면 협회는 이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단체 행동을 시사했다.
한우협회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확대되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소고기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한우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협회는 이를 언급하면서 "지난 2년간 한우 농가는 1만곳이 줄었고, 전체 농가의 12%가 폐업했다"며 "내년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0%가 되는 상황에서 비관세 장벽인 '개월령'까지 철폐되면 더 이상 한우농가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산 소고기의 올해 관세율은 2.6%이지만 지난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에 적용돼 왔던 관세는 내년에 철폐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축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으며, 미국 측 입장도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미국 소고기협회의 의견서에 대해서도 "호주, 유럽연합(EU), 중국 등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여러 국가에 대한 생산자단체의 입장을 담은 것"이라며 "지금껏 NTE 보고서에 반복적으로 언급된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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