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 우회수출 단속 강화하는 미국…韓 철강업계 '부담'
中 원자재 가공해 볼트·너트 등 파생상품 만드는 中企 타격 우려원산지 증명 등 행정절차 대응도 '숙제'…정부 "헬프데스크 등 지원"
김동규
입력 : 2025.03.12 16:28:23
입력 : 2025.03.12 16:28: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2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산 철강 제품의 우회 유입을 막기 위해 원산지 규정 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날 시작된 관세 부과 대상에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이 포함되면서 국내 중소 철강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원산지 증명 등 행정 부담 증가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172개 파생상품에도 '25% 관세'…원산지 증명 강화도 '부담' 철강 업계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부터 미국 통관 절차를 밟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예외 없이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미 정부 방침에 따라 제조용 원자재로 활용되는 철강, 알루미늄뿐 아니라 볼트·너트, 스프링, 체인 등 172개 파생상품에도 같은 세율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당시 25% 관세를 피하면서 그 대신 수출 물량을 70% 수준으로 줄이고 '263만t 무관세 쿼터(수출물량 제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MTI 61 기준)은 2010년대 중반 400만∼500만t에서 2018년 이후 쿼터 한도인 263만t 안팎으로 줄었다.
한국은 대형 철강사들이 주로 수출하는 판재류, 강관, 봉형강류 외에도 철강·알루미늄 원재료를 가공해 만든 볼트·너트, 스프링, 체인 등 다양한 철강 파생상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3월 12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1일 인천 한 제철 공장에 철근이 쌓여있다.2025.3.11 dwise@yna.co.kr
파생상품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약 15억달러(약 2조2천억원)로, 철강재 수출액(약 29억달러·4조2천억원)의 절반 규모에 육박한다.
대형 철강사들도 파생상품을 만들지만, 작은 제품들은 중소 철강 업체들이 주로 가공 생산해 수출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위해 중국산 철강을 수입해 가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포고령에서 철강의 북미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철강 제품 생산을 위한 첫 공정인 쇳물을 녹이고 부어 원재료를 만드는 조강 과정부터 원산지 기준을 엄격하게 강화하고 광범위하게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중국산 철강 제품이 제3국을 우회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중국은 자국 경기 침체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에도 철강 생산을 줄이지 않고 과잉 공급에 따른 물량을 저가 수출로 밀어내고 있다.
트럼프 1기 시절부터 바이든 행정부에 걸쳐 미국은 중국에 매기는 관세를 크게 높이면서 통계상 중국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은 급격히 줄어 이제는 완전히 순위권 밖으로 밀린 상태다.
중국 철강 제품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까지 50%의 관세율을 적용받다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모든 중국 상품 10% 추가 관세 부과로 관세율이 다시 60%까지 높아졌다.
중국 제품이 아무리 싸도 이 같은 '관세 폭탄'까지 뚫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당국과 업계에서는 상당량의 중국산 철강 제품이 멕시코 등지에서 강관 등 다른 형태로 재가공돼 원산지가 세탁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중국산 원자재 안 쓰면 경쟁력 없어"…글로벌시장서 中제품 공세 우려도 미국의 원산지 규정 강화는 한국 중소 철강 업체의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형 철강사의 경우 관세·통관 관련 업무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중소 업체의 경우 원자잿값 상승 및 원산지 증명 행정 소요 증가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간담회에서는 중소 철강 업체 대표들이 참석해 고민을 토로했다.
한 철강 업체 대표는 "제품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싼 원재료를 받아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는다"며 중국산 원자재 사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다른 철강 업체 대표는 "원산지 규정이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절차로 시간적 부담이 증가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협상과 중소 업체에 대한 지원 강화를 요청했다.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3월 12일을 하루 앞둔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정부와 철강 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대미 철강 수출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주요 철강 수출국의 경쟁 조건이 같아지면서 기회 요인도 상존한다고 보고 민관이 공조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2025.3.11 xanadu@yna.co.kr
원산지 증명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니라 한국 제품 전체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산 알루미늄 원료를 가져다가 한국에서 일부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알루미늄 와이어 케이블에 52.79%의 반덤핑 관세와 33.44%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확인 결과 대상 업체는 중국 기업이 한국에서 지분 100%를 투자해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 조치에 실제 적용되는 한국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우회 수출에 대한 미국 통상 당국의 시선이 여전히 날카롭다는 것이 확인됐다.
철강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산 철강의 우회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미국 수출 길이 막힌 우회 물량까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중국산 저가 공세가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중국산 철강 제품의 국제 시장 범람 현상이 심화하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등 한국이 공을 들이는 제3국 전략 시장에서의 경합도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복합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 관세를 시작으로 향후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업계 설명회, 헬프데스크 운영, 제3국 시장 개척 및 생산기지 이전 컨설팅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민관 합동 회의에서 "미국 측과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및 실무 협의를 밀도 있게 진행하는 한편, 여타 주요국의 대응 동향을 모니터링해 산업계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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