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 담합에 1140억원 과징금 때린 공정위…법정싸움은 불보듯

최예빈 기자(yb12@mk.co.kr),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입력 : 2025.03.12 19:25:15
SKT 426억, KT 330억, LGU+ 383억
공정위, 담합 장소 ‘서초동 상황반’ 지목
“판매장려금 수준 조정해 번호이동 막아”
통신3사 “단통법 집행에 따랐다” 반박

尹 하명, 부처간 엇박자에 기업만 골병


시내에 통신3사 간판이 보이는 가운데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승환 기자]


대통령의 무리한 ‘하명’ 조사, 정부 부처 간 엇박자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동통신 3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가 1140억원 과징금 부과로 마무리됐다. 한때 과징금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으나 숱한 논란 끝에 ‘용두사미’로 끝난 모양새다.

하지만 통신 3사가 공정위 결정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12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통신 3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4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SK텔레콤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이다.



통신 3사는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7년 동안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사실상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통신 3사는 기존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벌인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공정위가 지목한 담합 장소는 이른바 ‘서초동 상황반’이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시장상황반에서 각 회사의 번호이동 상황, 판매장려금 수준 등의 정보를 공유하며 번호이동 가입자의 편중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특정 통신사의 번호이동이 순감하면 다른 사업자들은 판매장려금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통신 3사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방통위가 단통법을 근거로 통신 3사를 관리·감독해온 사안을 공정위가 담합으로 해석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이중 규제’ 논란은 법원 최종 판결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통신 3사는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에 개별적으로 따랐을 뿐이고 담합은 없었다”며 “규제기관 간 규제 충돌로 불합리한 제재 처분이 발생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상황반 운영은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에 따른 결과일 뿐 담합이 아니라고 통신 3사는 주장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단통법에 따라 여러 차례 과징금 제재를 받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단통법과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지켰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문재호 카르텔조사국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이동통신 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앞서 방통위는 단통법에 근거해 이통사들의 번호이동, 장려금 수준을 점검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서면 경고는 물론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왔다. 지난 7년간 방통위로부터 이통 3사가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는 1464억원, 영업정지 제재 횟수는 32회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 조사를 두고 그동안 부처 간 엇박자가 이어졌다.

전원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방통위 측은 “이통 3사의 행위는 방통위 지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통신 3사 입장을 옹호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민간 분야에 대한 정부 부처의 과한 조치는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최대 5조5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심사보고서 전망치와 달리 과징금은 1100억원대 선으로 마무리됐다.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의 ‘하명 조사’로 시작된 이번 제재가 처음부터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2023년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공정위는 같은 달 이통 3사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동통신사업은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 기업이나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며 “과점과 카르텔을 혼동해서 불거진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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