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할리데이비슨 6→56% 관세폭탄…'MAGA 표밭'도 표적

트럼프 1기때보다 대응 규모 '4배'…"美 아픈 곳 영리하게 찌르겠다"협상 의지 내비쳤지만 '전면전' 불가피…상호관세 대응도 준비
정빛나

입력 : 2025.03.12 23:44:52 I 수정 : 2025.03.12 23:50:40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압박에 맞서 한층 더 강력한 보복 카드를 내놨다.

트럼프 1기 때 시행한 조처의 재발동은 물론 '마가(MAGA·트럼프의 선거 구호) 표밭'까지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보복 규모도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트럼프 1기의 철강 관세에 맞대응했던 규모인 64억 유로(약 10조원)의 4배 수준이다.

EU는 "강력하면서도 비례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내달 1일 '재균형 조처' 재발동…1기 때보다 타격 커 EU 집행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오토바이, 청바지, 위스키 등 '상징적 미국산' 제품에 최대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12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이 1단계 보복 조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했다가 현재는 중단된 '재균형 조처'를 재발동한 것이다.

동일한 조처이지만 강도는 훨씬 크다.

이전엔 재균형 조처 중 일부가 아예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U는 당초 재균형 조처를 마련하면서 대상 품목을 부속문서Ⅰ,Ⅱ로 분류해 시행 시기와 관세율에 차등을 뒀다.

부속문서Ⅰ 품목에 대해서는 2018년 6월부터 10∼25%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됐다.

최고 50%포인트 추가 관세율을 부과하는 부속문서Ⅱ의 경우 2021년 6월부터 적용하려 했지만 그해 1월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무역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시행되지 않았다.

부속문서Ⅰ 추가 관세도 함께 중단됐다.

특히 일부 품목은 부속문서Ⅰ,Ⅱ 모두에 포함돼 내달부터 '관세 폭탄'을 부과받게 된다.

할리데이비슨으로 대표되는 미국산 오토바이가 대표적으로, 현행 6%인 관세율이 56%로 오른다.

EU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는 부속문서Ⅰ,Ⅱ가 동시에 적용되므로 (일부 품목은) 관세율이 누적 인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 조처 발동에 따라 영향권에 드는 미국 제품은 총 80억 유로(약 12조원) 규모로 EU는 예상한다.



EU 집행위원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더 큰 한방"…13일부터 '공화 민감품목' 추가관세 EU는 내달 13일부터는 2단계 보복 조처로 공화당의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2단계 시행 시 180억 유로(약 28조원) 상당이 영향권에 든다.

대상 품목과 관세율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회원국,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이달 26일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집행위가 이날 '추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 제목으로 배포한 99쪽 분량의 자료를 보면 쇠고기, 과일, 목재, 가전까지 광범위하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으면서 대체 공급처가 많아 EU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품군으로 추렸다는 게 EU 설명이다.

EU 당국자는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의 고향인 루이지애나주 수출상품인 대두를 사례로 들면서 "우리도 대두를 즐겨 먹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다른 국가 제품을 수입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또 "미국산 자동차 대부분은 중국도, 캐나다도 아닌 EU산 특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의존한다"며 미국이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그리 영리하게 철강 관세를 설계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미국이 아플 만한 곳을 타격하는 영리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항구의 콘테이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협상 여지 남겼지만 美호응 불투명 EU의 대응책은 미 동부시간 기준 12일 0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발효 뒤 약 1시간 만에 발표됐다.

당시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은 새벽 6시였다.

EU 27개국의 무역정책 전권을 쥔 집행위가 즉각 행동에 나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EU 당국자는 "우리의 경제적 힘을 보여주고 대응함으로써 이번 미국 관세를 전적으로 부당하며 불필요하며 불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협상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는 했지만 미국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에 25% 수출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맞대응하자 수출세를 철회한 바 있다.

EU는 '가정적' 상황에 답변하지 않겠다면서도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복 조처는 미국산 상품만을 겨냥하는 만큼 상호 관세 등 미국의 추가 맞대응 수위에 따라 미국의 대(對)EU 무역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보복 조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1기 때는 없었던 무역방어 수단인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이하 ACI)'도 대응 수단으로 거론된다.

ACI는 EU와 그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 등에 제한을 부과할 수 있는 조치다.

EU 당국자는 "ACI를 포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할 것이냐는 질문엔 "배제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오늘 발표한 조처의 핵심은 미국에 우리가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협상을 통해 파국을 피하고 싶다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shin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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