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오아시스...팜한농 시티팜 ‘창사원’ 가보니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5.03.13 06:00:00
입력 : 2025.03.13 06:00:00
천안 연암대 바로 옆에 최근 문 열어
멋스런 유리온실서 나만의 작물 재배
30종의 다양한 엽채류·과채류 중 선택
일반 마트선 볼 수 없는 기능성 품종 위주
관람객 위한 농장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공원·아파트·리조트·도심재생 등 용도
멋스런 유리온실서 나만의 작물 재배
30종의 다양한 엽채류·과채류 중 선택
일반 마트선 볼 수 없는 기능성 품종 위주
관람객 위한 농장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공원·아파트·리조트·도심재생 등 용도

LG그룹에서 운영하는 농업기술대학인 천안 연암대학교 바로 옆에 이색적인 유리온실이 들어섰다는 소문이 났다. 디자인에 공을 들인 온실과 그 바로 옆 예쁘게 생긴 카페가 있다는 것이었다. 작물보호제와 비료, 종자 등 사업을 하는 팜한농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길을 나섰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온실 건물이 소문대로 산뜻하다. ‘창사원(蒼笥園)’이라고 적힌 표식이 온실 건물 앞에 서 있다. 현대적인 모양의 온실에 전통적인 이름이라니, 사연이 있을 법 했다. 안내를 맡은 권희준 팜한농 신사업 담당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풀었다.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사실 세계 최초의 온실이 조선시대에 있었습니다. 바로 창덕궁에 있었던 창사루가 그것이죠. 온돌 난방으로 내부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들기름을 먹인 한지로 지금의 유리처럼 채광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밖의 아궁이에서 가마솥에 물을 끓여 나오는 수증기로 내부 습도를 조절하기까지 했습니다. 창사원은 그러한 창사루의 정신을 이어받은 현대식 온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부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인도어팜과 이동형 로봇이 반긴다. LED 조명으로 작물을 키우는 인도어팜에서는 버터헤드, 멀티리프 같은 유럽형 상추가 재배되고 있다. 로봇은 유리온실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사진을 찍는다. 입구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온실임이 강하게 드러났다.
이어 본격적으로 유리온실 내부로 들어서자 2단으로 구성된 베드에서 딸기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인기 좋은 설향과 킹스베리 품종이다. 어떤 베드에는 어린이가 색연필로 딸기 그림을 그린 뒤 자신의 이름을 옆에 적어 놨다. 알고보니 이 어린이 가족이 분양받은 베드였다.

이 온실은 개인이 일정 금액을 내고 월 단위로 베드를 분양받는 일종의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딸기를 재배하는 이 가족은 틈틈히 온실에 와서 딸기가 잘 자라는 지 확인한다. 다 익은 딸기는 즉석에서 수확해 먹을 수 있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어도 문제가 없다. 직원들이 평소 작물 재배 관리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온실에 직접 오지 않아도 잘 자라는지도 확인도 가능하다. 입구에 있던 그 로봇이 사진을 자동으로 찍어 전용 앱으로 전송해주기 때문이다.

딸기 재배를 마치면 다른 작물로 바꿔 심을 수도 있다. 이미 창사원에서 다양한 종자를 보유하고 있어 고객은 선택만 하면 된다. 권 담당은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종자부터 차별성을 갖기 위해 일반 종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종자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을 함유한 적청경채, 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시금치,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을 함유한 세엽고수, 면역력 강화에 좋은 화담채 등이 대표적이다. 토마토도 흔히 보기 어려운 파프리카 토마토를 비롯해 그래피, 골든볼, 블랙다이아, 썬골드, 화이트볼 같은 다양한 토마토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온실 내부에서 이처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가능할까. 창사원은 이를 위해 특별한 설비를 구축했다. 권 담당은 “각 베드 별로 양액을 달리 공급할 수 있게 설계함으로써 다양한 작물을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베드 형태 이외에 사각형으로 된 텃밭 형태 대형 화분도 자리하고 있다. 가로·세로 각각 1m 정도 되는 텃밭에서는 토마토나 오이처럼 키가 큰 과채류가 주로 재배되고 있다. 수확한 작물을 직접 시식할 수 있는 테이블도 옆에 위치해 있다. 권 담당은 “지금은 초기 단계여서 2층은 일반인에게 분양하지 않고 자체 운영하고 있으며, 1층에서만 이미 40여 가구가 베드를 분양받아 작물을 기르고 있다”고 전했다. 1,2층을 합쳐 170평 면적 유리온실에 바로 옆 30평 규모 카페로 이뤄진 것이 창사원의 기본적인 모델이다.

이런 창사원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전용 앱을 활용해 작물과 온실의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팜 항목을 클릭하면 온실 내부 온도와 작물 근권부 온도, 습도, 누적일사량 등 기본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각 수치마다 시간대별, 일별 추이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어 표시된 적정 온도와 습도에 맞게 작물이 자라고 있는 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온실알리미 항목에서는 작물 별로 건강하게 키우는 비법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예컨대 딸기의 경우 해충인 점박이응애를 잡기 위해 천적인 이리응애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대로 온실에 적용해 준다.

앱이 가진 기능 중 가장 기대되는 항목은 커뮤니티 활동이다. 지금은 재배 관리자들이 올려주는 식집사 다이어리나 같은 관심을 가진 고객들이 활동하는 재배공감 같은 커뮤니티가 있지만 앞으로 고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팜한농이 이런 시티팜을 고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 담당은 “농업의 역할이 이제는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도시민들에게 건강과 치유, 즐거움, 행복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창사원은 키우고 수확하는 즐거움, 그리고 녹색과 교감하며 건강한 행복을 채우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도시민들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찾아오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창사원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아와 상담하고 있다고 권 담당은 귀띔했다. 도심내 공원이나 유휴시설에 온실 기반 복합문화공간을 설치하려는 시·구 지자체를 비롯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시니어타운 등 노인복지 시설, 도심재생이나 재건축 사업을 하는 건설사, 대형 식음료(F&B)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 대형 리조트 체인 등이 연이어 창사원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담당은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이 곳 창사원 기본형 모델 뿐만 아니라 온실과 카페를 한 건물에 집적한 컴플렉스형 모델, 건물 옥상을 활용하는 루프탑형 모델, 소규모 온실을 여럿 설치하는 빌리지형 모델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해 놨다”며 “도시민의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팜 기반의 새로운 문화공간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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