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채 피해규모 6000억원 … 1년 전 ‘홈플러스 빚’ 차환 과정서 이미 위험성 감지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3.19 17:55:35
입력 : 2025.03.19 17:55:35
홈플러스 리파이낸싱 과정서
은행권 “1.5조원 필요” 내부추산
단기채 부실위험 등 고려돼
MBK측 “사실 아니다” 반박
MBK, 은행 아닌 메리츠로부터 대출
메리츠는 신탁 통해 부동산 담보
단기채 투자한 개미·기관만 피해
은행권 “1.5조원 필요” 내부추산
단기채 부실위험 등 고려돼
MBK측 “사실 아니다” 반박
MBK, 은행 아닌 메리츠로부터 대출
메리츠는 신탁 통해 부동산 담보
단기채 투자한 개미·기관만 피해

홈플러스가 발행한 3개월치 단기채(5949억원)가 회생채권으로 분류되면서 원금이 일부 탕감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업계선 이미 1년 전 홈플러스 빚을 리파이낸싱(차환)하는 과정에서 단기채 부실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채 피해자(개인·기관)는 홈플러스측이 불완전·사기 판매를 했다는 입장이어서, 홈플러스가 보다 면밀하게 자금운용을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와 홈플러스가 지난해 리파이낸싱 과정서 국내 은행권서 메리츠그룹으로 대주를 바꾸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홈플러스 단기채 부실위험 가능성’이었다.
리파이낸싱 이전에 홈플러스는 MBK가 지난 2015년 인수 과정에서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받았던 인수금융 대출분 약 0.3조원과 임차보증금 유동화분 0.4조원, 담보부차입금 0.3조원 등 도합 1조원 가까운 빚이 있었다. 여기에 이자를 더하면 약 1.2조원 가량을 빚을 갚는데 써야하는 처지였다.
이에 더해 2024년 초 홈플러스는 3개월 만기 단기채권(ABSTC, CP, 단기사채) 약 3000원대로 운용 중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내에선 당시 홈플러스가 만일 리파이낸싱하면 빚과 단기채를 합해 약 1.5조원이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대주인 은행 입장에선 고정이하여신비율, NPL자산비율 등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보기엔 당시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단기채 돌려막기’로 유동성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이에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은행권 입장에선 홈플러스 대출분을 부실처리하게 되는 리스크가 생긴다.
그렇다고 은행 입장에서 리파이낸싱으로 적자기업인 홈플러스에 1.5조원을 대출하기도 부담스러웠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권은 당시 리파이낸싱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그 빈자리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채웠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점포 61곳(자산가치 약 4.7조원)을 신탁회사에 담보로 맡기며 1.2조원을 홈플러스에 빌려줬다.
‘다른 곳에서 빌리지 못하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 메리츠다’라는 말이 있듯이, 메리츠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고더라도 8%라는 높은 금리를 받고 대출을 해줬다.
어차피 신탁회사에 담보가 있어서 회생절차와는 무관하게 자산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해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1.5조원 규모’는 논의된 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은행 내부에서만 ‘단기채권 위험성’을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홈플러스 입장에서도 자금운용 자율성을 위해서 단기채권을 0으로 만드는 선택은 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만 해도 지난해 1조4000여억원에 달하는 단기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다만 홈플러스측이 보다 면밀히 자금운용을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8%대 금리로 메리츠로부터 1.2조원을 홈플러스가 대출받은 것 자체가, 이미 단기채 위험성을 금융업계에선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단기채 발행액은 지난 2023년 1조2762억원서 2024년 1조8138억원으로 늘어났다.
단기채는 보통 3개월 만기로 발행되기에, 홈플러스가 회생을 개시한 지난 3일 기준 5949억원의 단기채 잔액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중 개인투자자 피해규모는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