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서울시가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가 한 달여 만에 더 넓은 지역을 재지정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로 불붙은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은 기세로 번지며 부동산 시장을 과열로 몰고 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신학기를 앞둔 봄 이사 철 수요와 금리인하기가 겹친 마당에 국토부나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의 없이 덜컥 해제했다가 뒤엎었으니 전형적인 정책 실패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한 적이 처음은 아니겠으나 이번에도 역시 당국 발표만 믿고 움직였던 사람들만 혼란과 혼선 속에 분통을 터트리게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시장 혼란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번복하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아파트로까지 지정 대상 지역을 전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시장에 혼란이 더해지고 있는 20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2025.3.20 yatoya@yna.co.kr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경제정책 실패의 경험과 사례를 갖고 있다.
'빚내서 집 사라'는 과거 정부 최고 정책담당자의 발언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규제와 완화 사이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한 부동산 정책과 그에 따라 널뛰기한 대출 정책은 어지간한 부동산 전문가들도 헷갈리게 만든 지 오래다.
실패 사례가 어디 부동산 정책뿐일까.
'4세 고시'와 '의치한'으로 대변되는 교육 정책의 실패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정부 정책이 잘못됐거나 정책이 해결하지 못하는 병폐와 문제는 차고 넘친다.
물론 모든 문제를 정부가 개입해 정책으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정책의 정확하고 효과적인 내용을 짜고 실행 시기를 판단하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법 개정과 국회를 넘어서야 하고 시장의 협조도 있어야 한다.
실패 또는 성공을 판가름하려면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는 데다 성공한 정책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질문에 답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5.3.19 jjaeck9@yna.co.kr
그럼에도 경제 정책의 실패가 위험한 것은 그 실패의 여파와 혼란을 오롯이 국민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실패는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삶의 질, 경제적 불평등과 직결되고 나아가 정치 참여로까지 이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현장과 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나 경제 이외의 정치적 판단 요소가 개입하는 등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정책 판단 실패의 비용은 국민과 민생이 치러야 한다.
국내외 혼란으로 내우외환의 계절이 지속되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와 청년 백수들의 속은 타들어 가는데 경기는 하강 곡선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