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발표·車관세 발효…금주에 트럼프 관세폭탄 쏟아진다
美현지시간 2일 국가별 상호관세 공개, 3일엔 車관세 부과 시작예외없이 모든 국가 대상…'대미흑자' 韓 상당한 타격 불가피할듯전문가들, 美경제에도 경고음…"스태그플레이션 접어들까 우려"
박성민
입력 : 2025.04.01 05:52:01
입력 : 2025.04.01 05:52:01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이번 주 전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쓰나미'에 직면하게 된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는 4월 2일(현지시간)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장벽 등을 두루 감안해서 결정한 상호관세가 발표된다.
또 같은 날에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수입국에 대한 25% 2차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이튿날인 3일 0시1분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발표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 및 핵심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다.
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좀비 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문제와 관련해 지난 2월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했다가 두 차례 유예한 25% 관세가 시행될 계획이다.
이처럼 이번 주에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이 잇따라 투하될 예정인데, 여기에 상대국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보복 조처에 나설 경우 글로벌 통상은 극도의 혼란이 빚어지면서 기존 세계 무역 질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상호관세는 지난 1월 20일 2기 행정부를 출범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어온 관세전쟁의 전장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진다.
국가별로는 그간 두차례에 걸쳐 10%씩 총 20%의 추가 관세를 글로벌 패권 경쟁국인 중국에만 부과해왔지만, 이제 그 어떤 국가도 예외 없이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수십년간 미국이 적성국뿐 아니라 우방국들로부터 무역에서 '갈취'를 당한 결과 미국 제조업이 쇠락하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인식 아래 국가별 관세율은 상대국의 실제 관세뿐 아니라 조세나 법률, 검역 등 각종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책정,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나 미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관련 부처의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국가별 관세율, 예외 가능성 등에 대해 "트럼프가 결정할 것"이라며 함구하고 있어, 세계 각국은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기자들과 만나 내달 2일 상호관세 발표 시점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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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규모의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어 상호관세 그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역경쟁국보다 더 높은 세율의 상호관세가 부여될 상황까지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업계는 앞서 한국의 불공정 무역 사례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도살 당시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조치, 약값 책정 문제, 스크린쿼터제 등 한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미국 정부에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취재진과 전용기(에어포스원) 내 문답에서 한국을 콕 집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역사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본다면, 아시아로 가서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무역은 물론 군사적으로 미국에 어떻게 했는지를 본다면 나는 누구도 우리를 공정하거나 좋게 대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을 거론한 바 있다.
여기에 일부 품목별 관세까지 겹치게 되면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겹칠 경우 두 관세율을 합치는 방식으로 부과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관세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가 자동차인데, 미국 자동차 시장은 한국의 자동차 수출의 거의 절반(49.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의 경우 지난 2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은 미국 현지 생산량보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량이 더 많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관세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3월 12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철강·알루미늄 제품도 더 큰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의약품 등의 품목에 대해서도 품목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어 수출이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한국으로선 첩첩산중의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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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드라이브가 미국 경제를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는 그 근거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현대차,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돼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더 들어가고, 늘어난 비용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하고 구매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시간대가 지난 28일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7.0으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심리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시간대 보고서는 또 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1년 후 물가가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응답자의 3분의 2는 내년 실업률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위트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은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min22@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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