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사모펀드, 투자기업 체력 넘는 이익회수는 쌍방손해 위험↑"

"배당, 유상감자 등으로 무리하게 수익 빼내면 경쟁력 저하 유발"
김태균

입력 : 2025.04.01 18:13:25


홈플러스 매장 앞 MBK 규탄 현수막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논란이 인 국내 사모펀드의 투자 관행에 관해 피투자기업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회수하는 행위가 사모펀드 투자자와 피투자기업 채권자에게 쌍방 손해를 촉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1일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 확대로 부각되는 신용도 점검 항목' 보고서에서 "피투자 기업의 자체 펀더멘털(기초체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과도한 투자이익 회수(배당·자산매각 등)가 단기적으로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이익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금융비용의 과도한 부담과 경쟁력 저하를 일으켜 궁극적으론 '루즈-루즈'(Lose-Lose·서로 손해 보는 거래) 관계를 초래할 위험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사모펀드 인수 뒤 재무구조가 저하된 업체 중에선 사모펀드가 내부적으로 정한 투자회수 시점까지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배당, 유상감자 등으로 투자수익을 회수하거나,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만든 SPV(특수목적법인)과 피투자회사를 합병시켜 투자수익 회수를 쉽게 하려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회사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두 요인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회수 전략'을 꼽았다.

한신평은 사모펀드들이 '볼트온'(종전 피투자기업과 유사하거나 보완적인 기업을 추가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등 전략을 펴고 가격협상력 제고, 공급망 공유 등 효율화 조처를 시행해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지만, 이는 업종이나 시황 변동 등 요인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예컨대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4년이 넘은 기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시멘트·해운 업계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 변화 기준으로 볼 때 수익성 개선 추세가 뚜렷했지만, 반대로 유통·자동차부품·특수가스 업종의 업체들은 개선 성과가 적었다고 한신평은 전했다.

사모펀드가 피투자기업에서 이익을 무리하게 회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 부채비율과 부채/EBITDA 지표 등을 낮추고 유동성 감소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으며, 기업의 채권자들 입장에서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커지게 하고 신용도가 조정된 경우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사모펀드는 '밸류업'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며 "이와 함께 피투자기업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유지하는 사모펀드의 투자 및 회수전략이 자리 잡아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제고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2015년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영사인 MBK파트너스가 인수했으나, 이후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부진과 인수금융 부채 부담 등의 악재가 겹쳐 장기간 경영난을 겪은 데다 매장 매각 등을 둘러싸고 대주주 MBK가 착취적 경영을 한다는 논란이 계속됐다.

한신평 등 신평사들은 올해 2월 말 홈플러스가 '이익 창출력이 약화했다'는 등의 이유로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고, MBK 측은 자금 경색의 위험이 커졌다며 수일 만에 전격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MBK는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홈플러스의 소상공인 매매대금 변제를 지원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사모펀드의 사업 관행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에 대해 검사와 불공정거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ta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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