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쌓였다는데 빌려주질 않네”…은행들 대출 조이기에 기업들 ‘돈맥경화’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입력 : 2025.04.01 21:00:29
입력 : 2025.04.01 21:00:29
갈곳 잃은 대기자금 늘어나는데
위험자산 관리 위해 기업대출 줄여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증가폭 확 줄어
위험자산 관리 위해 기업대출 줄여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증가폭 확 줄어

올해 3월 한 달간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MMDA) 잔액이 27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자금이 급증한 셈이다.
은행 입장에선 자금 조달에서 핵심인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늘었지만, 이를 대출 등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당국의 압박에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연체율 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대출도 선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요구불예금과 MMDA 잔액은 651조997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1일 조사됐다. 이는 전월 대비 26조85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작년 3월(33조6226억원 증가) 이후 1년 만에 월간 단위로 가장 많이 유동성이 증가한 셈이다. 국내외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데다 활황이던 가상자산 시장도 시들해지면서 돈이 갈 곳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에 자금은 넘쳐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1조7992억원 늘어난 738조5511억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전달(3조941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부동산 시장 폭주를 우려한 당국이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내어주기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잔액 증가를 억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 신용대출은 3월 말 기준으로 전달에 비해 오히려 3500억원가량 감소했다.
기업대출도 지난달 2조5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연말에 기업들이 부채 축소를 위해 대출을 줄이는 경우는 있지만, 연초에는 통상 은행과 기업도 대출을 늘리는 시점이기에 이례적이다. 실제 작년 3월에는 기업대출 잔액이 8조4408억원 늘어난 바 있다. 경기 악화에 연체율이 치솟자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면서 기업대출부터 줄였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기업가치 제고, 즉 밸류업과 리스크 관리 두 가지 측면에서 당국으로부터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주문을 받은 상태라 위험가중자산(RWA)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RWA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소기업 등의 대출이라 여기서부터 조정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70원대로 떨어진 것도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이 되면서 기업대출에서도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측면에서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하려면 RWA를 줄일 수밖에 없고, 연체율까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에 대해 은행들 모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업여신 연체율 증가 기조에 선제적 건전성 관리가 필요했다”면서 “이에 은행 직원들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에서 (리스크가 커 줄여야 하는) 대상 자산을 일부 확대하고, 지역 본부 차원에서 세심한 모니터링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닌텐도 스위치 2, 6월5일 출시 확정…국내 가격 60만∼70만원 전망(종합)
-
2
디모아, 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
3
뉴욕증시, '미국 해방의 날' 글로벌 금융시장 초긴장…급변동 출발
-
4
제주맥주, 케이아이비벤처스 주식회사 주식 양수 결정
-
5
디모아, 2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
6
[사이테크+] "대상포진 백신, 치매 위험 낮춘다…7년 관찰기간 20% 감소"
-
7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몇시간 앞두고 '해방의 날' 재차 강조
-
8
멕시코 대통령 "즉각적으로 美에 보복관세 매기진 않을 것"
-
9
머스크의 '그록' 이용자수 급증…中 딥시크와 웹방문자 2위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