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중국계 교수, 美서 FBI 수색 받고 해고 후 '행방묘연'

"中지원금 관련 의심"…'중국계 스파이 색출' 지적도인디애나대 재직 사이버 보안 전문가…"체포는 안 된 듯"
권숙희

입력 : 2025.04.03 11:38:16


미국 인디애나대 블루밍턴의 왕샤오펑 교수
[관찰자망 캡처.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국제적으로 저명한 사이버보안 전문가인 중국계 종신교수가 미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자택 수색을 당하고 해고된 뒤 행방이 묘연해 중국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 정보통신(IT) 전문 잡지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FBI는 지난 달 28일 인디애나대 블루밍턴의 왕샤오펑 교수와 그의 아내 자택 등 2곳을 전격 수색해 물품을 압수했다.

왕 교수는 자택 수색을 받은 당일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블루밍턴 지부는 종신재직권이 보장된 왕 교수의 해고가 적절한 절차 없이 이뤄졌다며 항의했다.

같은 대학 도서관의 프로그래머로 재직하고 있던 그의 아내 니앤리 마도 인디애나대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던 프로필이 사라졌다.

수색 당시 구체적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후 왕 교수의 동료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명에 따르면 앞서 대학 측은 왕 교수가 보고하지 않고 중국에서 연구 자금을 지원받았는지와 관련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 기관 소속 연구자들과 정기적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했던 왕 교수는 중국 연구자들은 중국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았지만, 자신은 미국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고 밝혔었다.

미국과 중국의 교수들 간 공동 연구는 드문 일이 아니며 왕 교수의 협업이 부적절했다는 증거 또한 없다고 와이어드는 전했다.

성명에는 작성 일자나 서명은 기재돼 있지 않으나, 전 세계의 사이버 보안 분야 학자들 사이에서 해당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고 와이어드는 덧붙였다.



사라진 왕샤오펑 교수의 프로필
[인디애나대 블루밍턴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금지]

중국 현지 매체인 관찰자망은 "대학 측의 관련 조치는 사실상 지난달 초부터 시작돼 왕 교수의 연구실 등에 출입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의 동료는 왕 교수와 이미 2주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왕 교수 부부의 정확한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 안전한 상태로 있다고 SCMP는 보도하기도 했다.

여러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현재 당국에 체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왕 교수는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학자로, 4대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관련 논문 수가 세계 최다라고 관찰자망은 전했다.

2004년부터 인디애나대에 재직했으며, 2천300만달러(약 330억원)에 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FBI나 대학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중국 내 스파이 색출 작전인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의 기술 정보 탈취를 저지하겠다는 명목하에 2018년 11월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 250여 명이 적발됐고 이 중 112명이 직장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조치는 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종료됐다.

한편, 이 소식은 중국 내에서는 처음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날 갑자기 '유명 중국계 교수 왕샤오펑 2주째 연락 두절'이라는 내용으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등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왕샤오펑 자택 수색하는 미 연방수사국
[관찰자망 캡처.재판매 및 DB금지]

suki@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09 12:39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