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한구 "韓, 미국에 어필할 협상 패키지 창의적으로 마련해야"

"美 무역적자 해소 요구 대응 위한 '각론' 마련에 정부·기업 역할 분담 필요"'한미FTA 무용론은 전체 그림 못 본 것, 여전히 이익…대만·일본과도 연대 가능""CPTPP 가입 추진, 아세안 교류 확대, 신남방정책 복원 계승 등 전략 필요"
김동규

입력 : 2025.04.07 09:00:03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보람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매력을 느낄만한 '협상 패키지'를 창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통상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려주면 협상이 오히려 쉽겠지만, 수십개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 선임위원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철강 관세를 협상할 당시 주미대사관 상무관이었으며 2021∼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철강·알루미늄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3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의 기본관세와 57개국에 대한 11∼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의 상호관세율을 25%로 발표했다.

여 선임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휘두르는 관세 중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를 낮추기 위한 협상 여지는 크지 않겠지만, 국가별 상호관세의 경우 협상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 선임위원은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측에 어필할 수 있는 협상 패키지를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조하며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관세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을 총론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 선임위원은 "이제는 각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협상 테이블에서는 어떤 기업이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 '하우'(how)가 필요한데, 정부와 기업 간 역할 분담을 고민하면서 이를 정교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알래스카 가스전 프로젝트의 경우 입장이 비슷한 한국, 일본, 대만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및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기존 무역협정 검토 권고 등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여 선임위원은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FTA에는 공산품, 농산물 등 교역 관련 관세를 규정한 부분도 있지만, 서비스, 규범, 투자, 기술 장벽, 문화 등 비관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서로 조화를 추구하며 주어지는 이익이 있다.

한미 FTA가 무효가 됐다고 말하는 건 전체를 보지 않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 역시 기존 관세에 얹어지는 개념으로, 한미 FTA로 우리는 제로(0%)에서 시작하지만, FTA 미체결국은 기존 관세에 상호관세가 얹어지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이 수십 개 국가와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한국과 협상의 최종 결과물을 한미 FTA 개정을 통해 담아낼 수도 있겠지만, FTA는 국회 비준 등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행정 협상 등을 통해 신속히 처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여 선임위원은 한미 FTA 재개정 협상이 이뤄진다면 차제에 시대 변화에 맞게 오래된 규정을 업데이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협상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를테면 전자상거래 조항은 산업 초기 체결됐는데, 당시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어서 새롭게 변화한 기술·산업·기업 환경에 따른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 선임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강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 2기 임기 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17년 트럼프 1기 때 노이즈(잡은)는 많았으나 실제 관세 조치는 철강, 세탁기 등 소수에 한정됐었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가치와 중국 견제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추동한 전제가 단기간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 등 보호무역주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런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 선임위원은 대미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미 통상전략을 새로 짜는 것과 함께 시장 다변화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자간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 유사국과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CPTPP는 2019년 기준 전 세계 무역 규모의 15.2%를 차지하는 경제 협의체다.

작년 말 영국이 가입하면서 경제권이 유럽으로 확대됐다.

여 선임위원은 이와 함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도 등 지역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신남방 정책'을 복원·계승해 경제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kim@yna.co.kr br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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