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흐른다더니”…고향사랑기부제, 지역 재정 형평화 효과 0.26% 불과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4.13 17:49:14
도입 취지였던 재정 격차 해소 효과 제한적
지역균형보다 답례품 경쟁 우려도
“기부 아닌 쇼핑”…제도 본질 훼손 지적


부산시에서 고향사랑기부금 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제공]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질적인 재정 격차 해소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시(市) 지역의 재정 형평화 효과는 0.26%에 그쳤다.

국중호 요코하마 시립대 교수와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최근 재정학회에 발표한 ‘고향사랑기부제의 기초자치단체 간 특성 차이 및 재정형평화 효과’ 논문에서, 제도가 지방소득세 기준으로 시 지역의 형평화 효과를 0.26%, 군(郡) 지역에서는 3.02% 높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구가 적고 발전이 더딘 지역으로의 재정재분배 기능을 일정 정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재정 형평화 효과는 세입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나타낸다. 연구진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일정 수준의 재정 재분배 기능을 수행했다고 봤지만, 시 지역의 수치가 1%에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지역 간 균형발전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 1월 도입됐다. 개인이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지역 특산물 등 답례품을 제공받는 구조다. 지방재정 확충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 나아가 지역 간 재정 불균형 해소가 도입 목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답례품’이 기부를 유도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애초 정책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한·일 고향기부제 비교 연구에서 “한국은 모든 지역이 독창적인 향토 산업을 갖춘 것이 아니어서 답례품 구성이 제한적이고, 제도가 인기 상품 쇼핑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의 ‘고향납세제’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2015년 이후 기부금이 급증하면서 답례품 경쟁이 과열됐고, 이로 인해 수도권 인접 등 일부 지자체에 기부가 집중되는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기부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원까지 전액 공제가 가능하고, 초과분도 16.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실질적 비용 부담이 낮다. 여기에 답례품까지 고려하면 ‘기부’보다 ‘가성비 소비’에 가깝다는 반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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