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통령이 X맨 입니다”...충격파 컸던 미국증시, 2차대전 하락폭 맞먹어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입력 : 2025.04.28 19:39:49
美 32개 정부 증시성적표 분석

S&P지수 100일간 8.7%하락
2차대전 당시 하락폭 맞먹어

美 증시서 외국인 자금 썰물
3월부터 한달새 91조원 매도


[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00일간 미국 증시 하락 폭은 역대 다섯 번째로 컸다. 1900년대 이후 125년을 거쳐간 32개 정부를 분석한 결과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인 1월 20일 이후 25일(현지시간) 기준 8.66% 하락했다. 전방위적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으로 주식, 채권, 달러 전반에서 ‘셀(Sell) 아메리카’ 기조가 가속화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변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이는 1937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2기 임기 중 뉴딜 정책을 펼친 후 재정 긴축 여파로 100일 만에 기록한 9.3% 하락을 뒤이은 역대 5위 수준이다. 루스벨트 대통령 3기 당시 제2차 세계대전 확산 국면에서 나온 -10.3%(194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취임 초기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발생한 -9.7%(1973년)와도 ‘한 끗’ 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가 본격화된 4월 첫주에만 S&P500에서 시가총액 2조5000억달러(약 3610조원)가 증발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초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낙폭을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1.5% 급락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최악의 기록을 새겼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3월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미국 주식시장에서 630억달러(약 90조69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니얼 차베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26일 리포트에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외국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인 18%에 달했지만, 3월 초 관세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유럽 투자자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에서 자금 630억달러어치가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주식뿐만 아니라 ‘세이프 헤이븐(안전 피난처)’으로 불렸던 미국 국채와 달러의 동반 이탈도 뚜렷하게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며 이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미국 장기물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4일 3.999%에서 11일 4.495%로 일주일 사이 0.5%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2001년 11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이었다.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는 4.24%(27일 기준)로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30년물 국채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4일 4.4%대였던 30년물 금리는 한때 4.9% 목전까지 튀어 올랐다가 현재는 4.7%(27일 기준)대다.

달러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취임식 날 109.347까지 올랐다가 27일 99.75를 기록하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8.78% 하락했다.

채권과 달러가 동반으로 흔들리는 것은 곧 미국 기반 자산의 전통적인 신뢰 문제가 악화했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입’에 출렁이는 시장과 함께 오락가락 정책,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 압박 등이 뒤섞이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것은 투자자들이 달러 기반 자산을 기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특히 미국 국채의 전통적인 안전자산 지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옌스 바이트만 전 독일 중앙은행 총재도 “미국의 경제적 특권이 더 이상 확고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달러의 지배력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국 정부와 자산에 대한 신뢰 약화는 결국 달러 자산의 수요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달러 수요가 줄어들면 장기채 금리가 낮아지기 어렵고 결국 트럼프 정부가 의도한 ‘재정적자 감축’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당분간 시장에 진입하지 말라”는 권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JP모건도 “여름이 다가오면서 관세 관련 선반입 효과, 정책 지연 효과, 기업 투자 위축 등으로 경제활동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예외주의’의 환상이 깨지고 다른 국가로의 투자가 늘었다. 특히 국방비 증액을 포함한 재정 확대 정책 기조와 함께 유럽 증시가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폴란드 증시는 20%, 스페인 증시는 11% 이상 급등했다. 독일 DAX지수도 6%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독일의 대표 방산기업인 라인메탈은 올 들어 126% 상승했고 렝크그룹, 티센크루프 등 독일의 다른 방산 기업도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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