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SK텔레콤[017670]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 조짐을 보이자 기관 투자자가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향후 전개나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 반등 여부를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틀간 SKT 가입자 7만명 이탈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30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인증 대리점에 사과문이 게시돼있다.SK텔레콤은 해킹 사태 여파로 29일에도 3만명 넘는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하며 유심 무상교체가 시작된 이후 이틀간 7만명 넘는 이탈 흐름이 이어졌다.2025.4.30 seephoto@yna.co.kr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T 주가는 사고 소식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고 발표 전날인 지난달 21일 종가 기준 5만8천원이었던 주가는 30일 5만4천300원으로 마감, 이 기간 수익률은 -6.38%로 집계됐다.
사고 발표 이튿날인 23일 2.04% 내린 주가는 전체 가입자에 대한 유심 무상 교체가 시작된 28일 6.75% 급락한 데 이어 29일에도 0.93% 추가 하락했다.
29일에는 장중 5만2천600원으로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5월 2일 기록한 52주 최저가(5만300원)에 다가섰다.
기관이 SKT를 집중 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산업은행의 블록딜이 있었던 한화오션[042660]을 제외하고 지난달 22~30일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개별 종목은 SKT였다.
순매도 규모는 1천191억원으로 그 다음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던 HD현대일렉트릭[267260](675억원)의 2배에 가까웠다.
7거래일 중 기관은 6거래일 동안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전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SKT를 사들이던 외국인도 28일, 29일 연이틀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기관의 매도 폭탄으로 인해 SKT 일일 거래대금은 28일 1천770억원, 29일 1천300억원으로 폭증하는 등 지난해 11월 27일(1천20억원)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천억원을 웃돌았다.
유심 해킹 사태 질타 받는 유영상 SKT 대표이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열린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2025.4.30 utzza@yna.co.kr
28일 이후 SKT 주가 급락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SKT가 당일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했으나 현재 보유한 유심 재고가 100만개에 불과하고 내달 말까지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수량도 500만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전체 SKT 가입자 2천300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량으로, 유영상 SKT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유심 교체에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포렌식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적 손실 측면에서도 유심 1개당 원가 약 4천원에 2천300만명 전체 교체를 가정하면 9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고에 대해 수백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SKT의 직접적 재무 부담이 1천억~2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했다.
이뿐만 아니라 향후 예상치 못한 금융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재정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유심 정보 유출 사과하는 유영상 대표이사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SK텔레콤 이용자 유심(USIM) 정보가 해커 공격으로 유출된 것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2025.4.25 nowwego@yna.co.kr
여기에 가입자 이탈 조짐이 나타나면서 통신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온다.
SKT 가입자는 지난달 28일과 29일 각각 2만5천명, 3만6천명 순감을 기록하는 등 가입자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사고 이전까지 일일 평균 순감 규모가 2천명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SKT가 적극적으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선다면 마케팅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김아람 연구원은 "적어도 대규모 가입자 이탈 우려가 진정돼야 투자심리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일회성 비용 부담 수준에서 사태가 진정된다면 주가는 시차를 두고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준성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가입자 저변에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SKT의 번호이동 가입자 시장에 대한 대응 여부가 향후 무선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