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美中관계에 '쇄빙선' 될까…"中, 마약 대화 제안 검토"(종합)
WSJ "中, 왕샤오훙 공안부장 美 파견 또는 제3국 회동 방안 검토"SCMP "미중, 특사에 이견…美, 차이치 등 시진핑 측근 원하지만 中은 왕이 보내려"
권수현
입력 : 2025.05.03 12:14:23
입력 : 2025.05.03 12:14:23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권수현 기자 = 중국이 미중 '관세 전쟁'의 출구를 찾기 위해 합성마약인 펜타닐 대응과 관련한 미중 대화를 미국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펜타닐 문제와 관련한 미국 측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중국이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양측이 현재 대치 상태에서 벗어나 무역협상을 시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또한 중국 사회안전 분야 최고위 책임자인 왕샤오훙 공안부장 겸 국가마약방지위원장이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무엇을 하기를 미국 측에서 원하는지 등을 최근 질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또한 미국에 왕 부장을 파견하거나, 제3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와 만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 내 마약 관련 사망의 최대 원흉으로 꼽히는 펜타닐은 멕시코 등지의 불법 조직에 의해 제조돼 미국으로 밀반입되며, 그 이전 단계에 중국산 펜타닐 원료가 밀거래를 통해 밀수출되는 것이 문제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중국이 자국에서 대량 생산된 펜타닐 원료의 밀수출 근절을 위해 충분히 협력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 두차례 걸쳐 10%씩 총 2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이후 중국에 부과한 관세(145%) 중 '20%'는 이른바 '펜타닐 관세'인 것이다.
현재 상대에게 100%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중 모두 자국 경제에 미치고 있는 상대국발 관세의 악영향을 우려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푸는 데 열려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기싸움'과 '최고 지도자의 체면 관리' 측면에서 무역 관련 대화 제안을 먼저 정식으로 하는 것은 양측 다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문제와 연결된 마약 대처 문제를 고리 삼아 자연스럽게 '본론'(무역 협상)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 보자는 것이 중국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윈선은 WSJ에 "펜타닐이 두 나라가 더 긍정적 톤으로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쇄빙선'(icebreaker·갈등이나 긴장을 완화하는 말이나 행동의 의미)이 될 수 있다"며 "양측 모두 협상을 시작하길 열망한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다만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공세에서 모종의 유화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고 있어 미중 펜타닐 대화의 성사 여부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펜타닐 문제 논의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광범위한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WSJ 보도 내용처럼 중국이 펜타닐 문제를 이용해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트려 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 측에서 그럴 의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 마셜 펀드'의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펜타닐과 관련해) 미국은 결과를 바라는 것이지 중국이 어떤 제안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중국이 이미 펜타닐과 관련해 내놓은 조치들을 시행하고 집행하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또한 거래적 접근 방식을 취하지 않아 그 대가로 중국에 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펜타닐 문제를 미국과의 대화 시작을 위해서가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다른 카드로 쓰려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양 주재 미국 영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출신인 제러미 챈 유라시아그룹 중국 담당 수석연구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펜타닐 협력을 미중 무역협상에 앞서 선의를 보이는 제스처로 삼기보다는 협상 촉매제나 향후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이 대화에 나서려면 서로가 바라는 특사의 '급'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가 지적이 나온다고 SCM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일대일 대화를 하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꺼리면서 양측이 특사를 임명하는 방안이 제기된 상황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특사로 보내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등 왕 주임보다 지위가 높고 시진핑 주석과 가까운 인물을 원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바라는 인물 중에는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공식 서열 5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SCMP는 전했다.
챈 유라시아그룹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왕이보다는 시 주석과 더 가까운 차이치를 통해 일하자는 트럼프 팀의 제안에 동의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레이저도 "미국은 시진핑의 측근으로 보는 인물 명단을 가지고 있으며 왕이는 (특사로서) 적임자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지만 트럼프에게 접근할 방법과 그가 특사를 임명하도록 유도해 실제 대화를 시작할 방법을 찾아내려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jh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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