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연합뉴스) 권영전 현혜란 기자 = 1905년 라디오, 1955년 TV, 1995년 인터넷이 등장했을 무렵처럼 2025년 언론계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파도 앞에 서 있다.
세계 뉴스 발행사 협회(WAN-IFRA)가 지난 4∼6일(현지시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개최한 제76회 세계 뉴스 미디어 총회는 각국 언론사가 AI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엿볼 기회였다.
언론사 특성과 관심사에 따라 AI를 활용하는 분야가 각기 다르고, 도입하는 수준과 속도에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결정의 중심에 인간을 뒀다는 점은 공통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 AI 이니셔티브 팀 소개 화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재판매 및 DB 금지]
◇ NYT, 조사분석 기사에 LLM 적극 활용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자와 독자를 위한 AI 기능을 개발하는 'AI 이니셔티브' 전담팀을 두고 있다.
머신러닝 엔지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뉴스 에디터 등으로 꾸려진 이 팀의 핵심 업무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조사 분석과 취재 지원이다.
의미 기반 검색을 해주는 '사만다'가 대표적인 AI 도구다.
문서에서 의미는 같지만, 표현은 다른 단어를 찾아준다.
예를 들어 석유 기업 엑손모빌의 그린워싱 실태를 파헤치고 싶을 때 사내 보고서에서 '저탄소 설루션'과 같이 유사한 표현을 찾아주는 식이다.
분석할 데이터가 지나치게 많을 때도 AI 툴은 유용하다.
NYT가 미국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500시간 분량의 선거 개입 단체 회의 영상을 입수했을 때, LLM에 해당 영상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도록 프롬프트를 입력해 핵심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NYT는 AI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기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을 확인하는 '종단 간 검증'을 거친다.
잭 수어드 NYT AI 이니셔티브 담당 편집국장은 "원본 자료를 AI로 먼저 분석하지만,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는 반드시 원본 자료를 직접 검토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콘텐츠관리시스템(CMS)에 통합한 AI 프로토타입 (크라쿠프=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제인 배럿 영국 로이터 AI 전략 책임자가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세계 뉴스미디어 총회에서 자사 CMS에 통합한 AI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2025.5.9 runran@yna.co.kr
◇ 로이터, 고객 위한 업무 흐름 개선에 집중 영국 로이터 통신은 '빠른 정보 전달'이 생명인 통신사 특성상 뉴스를 신속하게 보도하는 데 AI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소속 기자의 60%가 비영어권 출신이라 영어로 직관적인 제목을 다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목을 생성하는 기능을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기사 상단에 글머리 기호로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는 기능은 독자와 기사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많은 독자가 이 형식을 선호했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가욋일로 여겨져 활용 비율이 낮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기사에 이 형식이 채택돼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
로이터는 콘텐츠관리시스템(CMS)에 AI 기능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도자료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기능, 로이터 스타일 가이드를 기반으로 기사 초안을 작성하는 기능, 모바일과 PC에서 실시간으로 녹취하고 번역하는 기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인 배럿 로이터 AI 전략 책임자는 "우리는 고객들이 실제 겪고 있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 흐름 개선을 우선순위에 뒀다"며 "AI의 도움으로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을 단 몇 초라도 단축할 수 있다면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쉬브스테드 미디어의 AI 서비스 [쉬브스테드 홈페이지 갈무리.재판매 및 DB 금지]
◇ 쉬브스테드, 오픈AI와 제휴로 혁신 가속화 노르웨이 일간 베르덴스 강, 스웨덴 일간 아프톤블라데트 등을 거느린 노르웨이의 쉬브스테드 미디어는 뉴스룸 효율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AI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CMS에 기사 링크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질의응답이 생성되고, 기사를 요약하는 등의 지원 도구 등을 개발했다.
기사를 넣으면 자동으로 비디오를 생성하는 서비스, 독자 참여 유도를 위한 뉴스 요약 챗봇도 출시했다.
올해 2월에는 오픈AI와 파트너십도 맺었다.
계열사의 기사를 실시간 기사를 챗GPT에 표출하고, 뉴스룸에 챗GPT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전 직원에게 챗GPT 계정을 배포해 일상 업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쉬브스테드 미디어의 데이터&AI 국장 후안 카를로스 로페즈 칼벳은 사내에서 AI를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 인간이 참여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올바른 방식으로 AI를 사용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