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 깊게 알기…함께 가는 첫걸음
김동석 국립외교원 교수
우분투추진단
입력 : 2025.05.20 07:00:06
입력 : 2025.05.20 07:00:06

[김동석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지난 겨울, 필자는 한국을 떠나 정반대의 계절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머물렀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끝자락에 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0시간 정도 걸리는 먼 나라다.
하지만 주요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생활하면서 남아공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택시 기사가 '오징어 게임 2' 빌보드를 보고 자신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 팬이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의 이름과 인상적 장면을 줄줄이 얘기하면서,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의 음식, 예절 및 놀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필자와 대화한 어떤 분은 오징어 게임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대장금과 같은 전통 사극이 취향에 맞는다고 얘기했다.
또 BTS, 블랙핑크 같은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한다며, 한두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비행기 탑승 수속 과정에서 마주친 공항 직원은 친구가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고, 휴가철에 한국 방문을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약 1만3천㎞에 이르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에서 한국은 생각보다 가까이 느껴졌다.
남아공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역내에서 K-문화 콘텐츠의 최대 시장이다.
드라마·영화·음악뿐 아니라 한국 음식, 화장품 등도 남아공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서 일하는 남아공 출신 영어 교사 수가 증가 추세다.
2024년 4월 기준, 전체 국공립학교 원어민 교사 중 남아공 출신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19%를 차지한다.
대도시 외 지역에서는 35%에 이른다.
남아공 출신 영어 교사들이 가족, 지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남아공 내 한국에 대한 인식 제고에 기여한다는 평가다.
남아공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 상승을 목격한 필자는 역으로 한국인들의 남아공에 대해 이해 혹은 인식 정도를 생각해 봤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역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제조업·서비스업· 농업 기반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나라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으로 올해 의장국을 맡았다.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과 더불어 브릭스(BRICS)의 중심 국가다.
역내 국가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주도할 만큼 국제적 책임감도 지니고 있다.

[구글 캡처]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남아공에 대한 이해 정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이는 인종차별의 역사, 넬슨 만델라 대통령, 인종 간 화해를 떠올린다.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한 '아프리카 같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 사파리 투어, 높은 범죄율을 연상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억만장자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일론 머스크가 남아공 태생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남아공인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관습을 따르는지 등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한국 내에서 남아공 드라마, 영화, 노래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접해본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식 혹은 이해의 불균형은 남아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케냐, 이집트, 나이지리아, 모로코, 가나, 에티오피아 등에서도 한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는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다.
예를 들어 케냐는 커피 원두, 사파리 관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리콘 사바나'(Silicon Savannah)로 불릴 만큼 아프리카 역내 기술 혁신의 선두 주자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가난, 부패, 사이버 범죄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됐다.
하지만 세계 2위 영화 시장 놀리우드(Nollywood)의 본산지이자 다수의 유명 작가, 가수, 배우를 배출한 문화 강국이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 참전국, 기아에 시달리는 국가라고 주로 인식된다.
아프리카 외교의 메카, 아프리카 토착 기독교 탄생지,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류로 인해 아프리카 내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는 현상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 혹은 이해 정도가 이에 발맞춰 나가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교류가 성립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와의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과 이해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깊은 이해는 외교활동 전개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원 개발, 개발 협력, 민간 투자와 같은 경제 분야의 협력도 상대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 제고는 한국 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아프리카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호 호혜적인 진정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한국형 대(對)아프리카 외교의 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동석 교수 현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부교수, 미국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 소재) 정치학 박사, 아프리카 분쟁과 평화,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 등 주제로 다수의 보고서 및 논문 작성, KBS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특별생방송 출연 및 자문, 영화 '모가디슈' 자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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