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끝나지 않는 학교 부담금 갈등…해법 달라는 주택업계

내달 학교용지 부담금 50%로 줄지만…과다 기부채납 요구 등 갈등 지속업계 "학령인구 감소에도 근거법 없다며 약정 시점 시설 요구는 부당"교육환경영평가는 통합심의 포함 법 발의…"인허가 지연 막고 공급 속도 앞당겨야"
서미숙

입력 : 2025.05.22 08:53:05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학교용지 부담금과 기부채납 문제는 오래 전부터 주택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다.

막강한 권한의 지방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일선 지자체와 주택건설 사업자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주택공급 지연을 초래하는 갈등 유발 요소였던 셈이다.

학교용지 부담금 과다 부과를 둘러싼 갈등은 학교시설 기부채납 문제로 번지며 여전히 주택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파트 건설현장 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업계 "무소불위 지방교육청…학교 문제, 여전히 인허가 최대 난제" 학교용지 부담금과 기부채납 문제는 주택건설 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갈등 요소 중 하나다.

정부 부처 가운데 민간이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는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 관할이라 주택건설 인허가 절차 중 하나인 교육환경영향평가와 학생 배치 협의 과정에서 교육청과 민간 위원들의 과도한 요구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도 주택 인허가 절차에서 교육환경영향평가는 가장 까다롭고 골치 아픈 심의로 꼽힌다.

학교 문제는 민간 택지를 넘어 과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사업에도 끊임없는 분쟁 소재였다.

과거 지방 교육청이 LH 등 공공사업 시행자에게 학교용지 제공과 건물 신축비를 부담하게 하면서 비용 분담 방법과 규모, 건립 학교 수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갈등을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는 교육청과 LH가 학교 용지 확보와 학교 건립 비용을 누가 분담할 것인지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벌이는 바람에 주택사업 인허가가 지연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돈 들여 확보한 학교용지를 시도 교육청이 재원 부족이나 학교 건립에 필요한 인구가 기준에 미달한다는 등을 이유로 장시간 매입해주지 않아 건설사의 이자 부담과 관련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도 줄을 이었다.

학교 문제는 기존에 있던 주택을 재건축 또는 재개발하는 정비사업에서도 갈등을 유발하는 단골 메뉴였다.

학교 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의 정비사업 구역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 사업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건축 전문가가 아닌 교육 전문 민간위원이 심의 과정에서 일조권 확보를 위한 층수 삭감이나 이전을 요구해 장기간 사업이 차질을 빚는 일이 허다했다는 것이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안양시의 한 재개발 구역은 건축심의가 아닌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일조권 부족을 지적받아 40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학교시설을 이전해야 했고, 서울 노량진의 한 재개발 구역은 심의 위원들이 난데없이 통학로 확장 공사를 요구해 역시 40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의 잠실 주공5단지는 신천초 부지 이전 문제로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의 의견이 충돌하며 교육영향평가 통과에만 3년이 걸렸다.

교육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어도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 지역 교육감·학교장과 학생 배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계는 과도한 조건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학생 배치 협의 과정에서 인근 학교의 학급수가 여유 있다면 학교용지 부담금 납부로 끝나지만, 학급수가 부족해 기존 학교의 증축 또는 신축이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시설을 무상 건립 후 교육청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경북의 한 주택사업자는 1천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학교용지 부담금을 63억원만 납부하려 했으나 지방 교육청의 요구로 115억원 규모의 학교시설 기부채납을 약정하고 나서야 교육청의 사인이 떨어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학생 배치 협의를 하면서 학교장과 학부모, 지방 교육청 등의 민원이 더해지면 기부채납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수년간 공사비가 급등해 학교 시설 설치 비용 부담이 커져 업계의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환경영향평가 통과에만 3년이 소요된 서울 잠실 주공5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내달부터 학교용지 부담금 50% 감면…"과다 기부채납 재산정해달라" 요구 주택업계는 그간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최근 교육환경보호법을 개정해 교육환경평가 심의 과정에서 학교장의 과도한 요구를 차단하고, 심의 절차를 앞당길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다음달 21일부터 학교용지 부담금은 50% 감면(부과요율 0.8→0.4%) 되고, 부과 대상도 100가구에서 300가구 이상으로 완화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에서 각종 부담금을 '그림자 조세'로 규정하고, 학교용지부담금 폐지를 선언했지만 국회에서 50% 감면으로 조정됐다.

이 때문에 신규 분양을 앞둔 일부 건설사들은 학교용지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입주자모집공고를 6월 법 시행 이후로 미루는 곳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나아가 교육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를 주택건설 사업 인허가 시 통합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현행 주택법은 주택건설 사업자가 원할 경우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건축심의와 광역교통대책, 교통영향평가, 경관심의, 도시·군 관리계획 등 각종 평가들의 통합심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가장 갈등 요소가 큰 교육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등은 통합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조권 등 건축 관련 사항은 교육 전문가들보다는 건축 전문가들이 살펴봐야 하는 부분으로 교육환경영향평가가 통합심의 대상에 포함될 경우 불필요한 중복 절차나 학교 시설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줄고, 인허가가 지체되는 문제도 감소할 것"이라며 "최근 주택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통합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심의 추진에 대해 지방교육청들의 반대가 거세 국회 통과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 개발사업이 많은 중견 주택건설업계는 교육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닌 사업장도 학생 배치 문제 협의 과정에서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가 여전하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23년 9월 발표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부담금 감면과 함께 학교시설 적정 기부채납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주택업계는 기부채납 약정시점과 달리 학생 수와 학급 수요가 감소한 경우 개발사업자가 교육지원청과 기부채납 규모를 재협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만들어달라고 주장한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지구 2개 블록에 아파트 1천861가구를 짓고 있는 A사는 기부채납 약정 당시 교육청이 요구한 증축 학급수에 비해 실제 학생 수 증가분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기부채납 규모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재산정의 근거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과소학급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방 교육청은 일단 학교시설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버티면서 텅 빈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학령인구 변화 등을 고려해 적정 기부채납 규모를 재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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