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198명에 218억원 전세사기' 임대업자 "고의 아냐" 주장

피해자들 방청석서 탄식…"재판 형량 덜 받으려 눈물 연기"
강수환

입력 : 2025.05.23 16:27:06


전세사기범 엄벌 촉구 기자회견하는 대전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
[촬영 강수환]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 유성구에서 사회초년생들을 상대로 218억원 상당의 전세사기를 벌인 임대업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계획한 범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3일 대전지법 형사4단독(이제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대업자 임모(57) 씨의 사기 혐의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들은 "(피고인은) 애초에 건물을 임대하면서 보증금을 가로챌 목적만 있었기 때문에, 관리비나 월세를 내지 않아도 모를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며 계획범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어있는 공실을 무보증금으로 임대하면서도 천 원 한 푼 변제한 게 없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 말만 '죄송하다'고 할 뿐"이라며 임씨에 대한 엄벌을 요청했다.

임씨는 2017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대전 유성구 전민동과 문지동 일대에서 선순위 근저당권과 선순위 임대보증금이 건물 시세를 넘어선 '깡통전세' 건물임을 알고도 198명의 피해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해 218억3천300만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3년부터 대전 유성구 전민동과 문지동 일대에서 임대업을 해온 임씨는 다가구주택 36채를 자본금 없이 대부분 은행 대출금과 건축업자로부터 대여한 차용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임씨가 임차인들의 임대보증금으로 대출 원리금 등 임대 사업 관련 비용 등을 지출하는, 소위 돌려막기식으로 임대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법정에 선 임씨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부동산 지식도 없이 무지하게 부동산 사업을 진행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서 무리하게 투자를 감행해 사업하다가, 의도치 않게 전세보증금 피해가 발생했다"며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대전 법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씨 측은 소유하고 있는 건물 36채 중 11채가 경매로 매각됐다며 피해금 일부 변제가 이뤄졌다고도 주장했다.

임씨 변호인이 "피해액과 건물 담보 가치를 법원 감정가를 기준으로 해서 계산했을 때, 만약 배당이 다 이뤄진다면 보증금 총액 대비 반환 비율이 72.8%에 달한다"고 말하자,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들은 탄식을 쏟아내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피해자는 "계속 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미 경매가 넘어간 건물들은 안중에도 없다"며 "눈물 연기를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형을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며 법정에서는 구형량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에 앞서 피해자들은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씨와 공인중개사들이 결탁해 금융기관에서 비상식적인 대출을 받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지만 200명에게 사기를 쳐도, 20명에게 사기를 쳐도 형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현행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전세 사기범들의 범죄 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해달라"고 촉구했다.

선고 기일은 오는 7월 25일 오후 2시다.

sw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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