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추위가 반갑다…겨울이 만드는 여름 식품 '한천'

우리나라 유일한 자연한천 생산지 밀양시 산내면바닷가 우뭇가사리로 청정 산골에서 만들어
이정훈

입력 : 2023.01.05 14:54:50


추위가 만드는 한천
(밀양=연합뉴스) 소한(小寒)을 하루 앞둔 5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들판에서 한천 말리기가 한창이다.밀양시 산내면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연 한천 생산지다.우뭇가사리를 삶고 걸러 응고해 만든 우무를 얼렸다 말렸다 건조시킨 한천은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말∼이듬해 3월 초중순까지만 생산된다.2023.1.5 seaman@yna.co.kr

(밀양=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전국에서 밀양만큼 한천을 만들기 좋은 곳이 없죠." 이재일(78) 밀양한천박물관장이 자신 있게 하는 말이다.

24절기 중 소한(小寒)을 하루 앞둔 5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들판.

춥고 건조한 날씨 속에 어르신들이 갓 만든 탱글탱글한 우무를 야외 건조대에 널어 한천(寒天)으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연중 이맘때다.

1월 중순께 대한(大寒)이 있지만,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소한 추위는 매섭다.

밀양시 산내면은 남부권이지만, '영남 알프스'로 불릴 정도로 높은 산에 둘러싸여 일교차가 크면서 겨울이 춥다.

한랭한 기후를 좋아하는 사과와 함께 한천이 산내면 특산물이다.

해초인 우뭇가사리를 삶고 걸러 응고시키면 묵처럼 생긴 우무가 나온다.

이 우무를 바짝 말려 만든 식품이 한천이다.



밀양에서만 볼 수 있는 겨울 풍경
(밀양=연합뉴스) 소한(小寒)을 하루 앞둔 5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들판에서 한천 말리기가 한창이다.밀양시 산내면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연 한천 생산지다.우뭇가사리를 삶고 걸러 응고해 만든 우무를 얼렸다 말렸다 건조한 한천은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말∼이듬해 3월 초중순까지만 생산된다.2023.1.5 seaman@yna.co.kr

밀양시 산내면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연 한천 생산지다.

한천은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들여온 식품이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일본인이 처음 이웃 동네 산외면에서 한천을 만들기 시작했다.

1년 중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이듬해 2∼3월까지만 한천을 만든다.

한천(寒天)이라는 말 자체가 찬 대기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의미다.

추수를 끝낸 논이나 하천가 등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널찍하고 평평한 곳에 탱글탱글한 우무를 2∼3주 동안 널어 말리면 하얗고 바짝 마른 한천이 탄생한다.

낮과 밤의 기온 차로 한천이 얼다 녹기를 되풀이해 수분이 쫙 빠져야 질 좋은 한천이 된다.

이재일 관장은 "한천을 만들려면 기온·지형·수질 3박자가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영남 알프스' 높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면서 깨끗한 공기에 맑은 하천이 흐르는 산내면은 한천 생산지로 그만이다.



얼고 녹기 반복해 탄생하는 한천
(밀양=연합뉴스) 소한(小寒)을 하루 앞둔 5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들판에서 한천 말리기가 한창이다.밀양시 산내면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연 한천 생산지다.우뭇가사리를 삶고 걸러 응고해 만든 우무를 얼렸다 말렸다 건조한 한천은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말∼이듬해 3월 초중순까지만 생산된다.2023.1.5 seaman@yna.co.kr

그렇다고 너무 추워도 한천 제조에 좋지 않다.

이 관장은 "얼었다 녹았다 20일 정도 반복해 수분이 쫙 빠져야 좋은 한천이 나온다.

황태 덕장이 있는 강원도처럼 너무 추우면 얼어버린 한천이 잘 녹지 않는다"며 "겨울철 밤 기온이 영하 5도, 낮 기온이 영상 5도 정도인 밀양 산내면이 한천 생산지로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밀양 한천 생산량은 연간 300t 안팎이다.

이 중 80%를 일본에 수출한다.

우리나라가 광복 후 일본에 처음으로 수출한 '1호 수출품'이 한천이었을 정도다.



얼고 녹기 반복해 탄생하는 한천
(밀양=연합뉴스) 소한(小寒)을 하루 앞둔 5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들판에서 한천 말리기가 한창이다.밀양시 산내면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연 한천 생산지다.우뭇가사리를 삶고 걸러 응고해 만든 우무를 얼렸다 말렸다 건조한 한천은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말∼이듬해 3월 초중순까지만 생산된다.2023.1.5 seaman@yna.co.kr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제주도, 통영시, 남해군 등에서 가져온다.

한천 그 자체로는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다.

식감이 좋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용으로 인기가 많다.

양갱, 젤리, 잼, 샐러드 등 다양한 식품과 요리에 한천이 들어간다.

한여름 물에 다시 불려 탄력을 되찾은 한천이 들어간 시원한 콩국은 무더위를 쫓는데 일품이다.



겨울이 만든 자연식품 한천
(밀양=연합뉴스) 소한(小寒)을 하루 앞둔 5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들판에서 20일동안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만들어진 한천.밀양시 산내면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연 한천 생산지다.우뭇가사리를 삶고 걸러 응고해 만든 우무를 얼렸다 말렸다 건조시킨 한천은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말∼이듬해 3월 초중순까지만 생산된다.2023.1.5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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