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 빈 곳간으로 출발하는 새 정부…'악어 입' 접어든 국가재정
재정 투입 공약·추경 예고했지만…관세 충격에 올해도 세수 펑크 우려수입 제자리걸음·지출 급증하는 재정 그래프 우려…국가 채무 '빨간불'
박재현
입력 : 2025.06.01 06:31:20
입력 : 2025.06.01 06:31:20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6·3 대선 후보들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골자로 하는 '경제 살리기' 공약을 내놨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나라 곳간은 사실상 빈 상황이다.
미국 관세 충격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올해 0%대 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인구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의무 지출 급증과 저성장 고착화가 예견되는 만큼, 수입은 정체하고 지출만 늘어나며 재정 그래프가 '벌어진 악어 입' 모습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3년 연속 '세수 펑크' 현실화 우려…적자성 채무 증가 불가피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 누계 기준 국세 수입은 142조2천억원, 예산 대비 진도율은 37.2%였다.
진도율로 보면 작년(37.3%)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근 5년 평균 진도율(38.3%)보다는 낮았다.
4월까지 세수가 평년보다 덜 걷혔다는 의미다.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법인세의 진도율은 40.6%로 5년 평균(42.0%)을 밑돌았고, 부가가치세의 진도율도 평년보다 더 낮았다.
작년 하반기 기업 실적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 등 내수 부진이 심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관세 부과의 '충격파'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지표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세수 전망도 어둡다.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박동주 류영석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충북 충주시 충주체육관 시계탑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충북 충주시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2025.5.30 photo@yna.co.kr
이런 가운데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경제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직후 경기 부양을 위해 30조원대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를 조달하기 위한 대책을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후보들은 재정 효율화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한다.
다만 앞서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을 이유로 매해 20조원 안팎의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해온 만큼, 추가 구조조정의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때문에 추경을 비롯한 주요 경제 정책들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의 증가로 이어진다.
올해 우리나라의 적자성 채무는 885조원을 넘어서면서 1년 새 10% 넘게 증가했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근접했다.
적자채무 증가는 국고채로 발생하는 이자 지출의 증가로 이어져 재정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 된다.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대외신인도 하락 및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 '인구 충격'에 수입·지출 격차 확대…재량 지출은 제약 더 큰 문제는 향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재정 여건이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초연금 등 복지 지출이 확대되고,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수입은 정체하고 지출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이른바 '악어 입' 형태의 재정 그래프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악어 입 그래프란 과거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의 재정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용어다.
나라 지출은 빠르게 늘고, 수입은 정체 또는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자 이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악어가 입을 크게 벌린 것과 유사한 모양을 띠게 됐다는 데서 나왔다.
악어 입이 크게 벌어지는만큼 나랏빚은 증가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매년 상승해 2040년 80%, 2050년 100%를 넘어서고 2072년에는 173%에 이를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발간한 재정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채비율이 빠르게 상승해 올해 54.5%에서 2030년 59.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무디스가 미국의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천175조2천억원이었다.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더군다나 고령화의 영향으로 늘어나는 지출의 상당 부분은 의무 지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무 지출은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의무 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정부가 편성과 집행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 지출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추경 등 재정 투입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침체를 벗어나고 나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 개혁 및 정책적 대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raum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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