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핵심광물 요충지 대호수지역, 지정학적 복합성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우분투추진단
입력 : 2025.06.10 07:00:02
입력 : 2025.06.10 07:00:02

[김광수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의 대호수지역(Great Lakes Region)은 동아프리카 대지구대(East African Great Rift Valley)를 따라 형성된 빅토리아 호수 등 주요 호수와 강 유역 일대를 포함하는 지역을 말한다.
최근, 이 지역은 동부·중부 아프리카에서 평화와 안보, 통치 구조(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정치·경제적 상호 작용이 얽힌 복잡한 관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아프리카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식민 지배 이전 대호수지역에는 키타라(1300∼1400), 부간다(1300∼현재), 부룬디(1500∼1966), 르완다(1300∼1595) 등 왕국이 있었다.
대호수지역으로 분류된 국가는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등 4개 국가다.
이 지역의 인구는 1억9천만명이 넘는다.
뛰어난 농업 생산성과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호수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인도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 국가들은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정·내전·지역 분쟁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 불안정의 근본 원인과 역학 관계는 복합적이다.
또 인접 국가들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 지역 문제는 민족집단 간 불평등에서 비롯된 폭력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국가 내전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지역 분쟁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아프리카학자 음부아키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대호수지역 분쟁과 불안정의 원인과 관련, ▲ 후투·투치 민족정체성의 충돌 ▲ 민주콩고의 열악한 통치구조(거버넌스) ▲ 천연자원과 분쟁 광물 ▲ 지정학적 요인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자 우빈은 후투와 투치 간 민족 정체성의 양극화가 심화한 배경으로 대호수지역 국가의 통치자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이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후투·투치족의 강한 민족 정체성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경우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후투·투치 족은 공통의 언어와 문화, 영토를 공유했다.
그러나 벨기에는 식민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이들의 민족정체성을 분열시키고 맥락화했다.
이후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공식화했다.
특히 탈식민지화와 독립 과정에서 벨기에는 과거 그들이 우대했던 소수의 투치족이 아닌 다수인 후투족을 지지하며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민족정체성이 충돌하고 결국 민족 간 폭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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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식민 지배 당시 고착된 르완다 후투·투치족 갈등은 탈식민지화 이후에도 통합되지 못한 채 지속됐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들은 민주콩고,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등 인접 국가로 흩어졌다.
이들은 강력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한 채 대호수지역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후투족과 투치족의 갈등과 충돌은 폭력사태와 학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콩고 동부지역으로 대규모 디아스포라(Diaspora) 난민을 발생시켰다.
르완다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르완다어를 사용하는 르완다 화자 또는 '바냐르완다'로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바냐물렝게, 투치, 후투 등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구성됐다.
이 중 바나물렝게는 17∼18세기경 이주해 정착한 투치족이 기원이다.
또 다른 집단은 1950년대부터 1994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발생 전까지, 르완다 내에서 다수였던 후투족이 투치족 왕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망명한 투치족 출신이다.
1994년 이후에는 제노사이드를 주도한 후투족도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한축을 형성하게 된다.
현재 대호수지역과 민주콩고 동부의 불안정은 정부에 반감을 품은 민족집단이 무장 반군을 조직해 활동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들은 민주콩고,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등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이들 국가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은밀하게 반군을 지원하는 실정이다.
민주콩고에서는 2019년 치세케디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는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였다.
그러나 민주콩고 동부 지역에는 70∼130여개 이상의 무장 조직이 준동한다.
이들은 분쟁과 불안정을 불러오고 있다.
다양한 무장 조직 가운데 대표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반(反)우간다 무장단체인 '연합민주군'(ADF)이 있다.
1994년 제노사이드 이후 민주콩고로 유입된 투치족이 조직한 르완다 '민주해방군'(FDLR)도 있다.
또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투치족의 'M23', 민주콩고 동부지역 토착 민족집단이 중심이 된 '마이마이'(Mai-Mai), 렌두족의 '이투리 애국저항전선'(FRPI) 등이 활동하고 있다.
반군 단체는 민주콩고의 불안정한 상황을 틈타 '분쟁 광물'을 불법 거래해 무장 활동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분쟁 광물의 착취와 불법 거래는 지역 분쟁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한 난민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대호수지역의 자원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 착취와 약탈이 내전과 분쟁을 지속하고 갈등을 촉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지역 주요 광물은 구리, 코발트, 산업용 다이아몬드, 주석, 리튬, 탄탈륨(콜탄) 등이다.
특히 코발트의 매장량과 생산량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르완다는 콜탄이 전혀 생산되지 않음에도 세계 4위의 수출국으로 기록된 바 있다.
이는 분쟁 광물의 불법 채굴과 불법 거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호수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기 위해 분쟁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후 지속 가능한 평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르완다와 부룬디의 후투·투치족의 갈등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난민 발생, 이주와 정착, 역 귀환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했다.
그 결과 민주콩고, 우간다, 르완다 등 인접국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민주콩고 동부 지역의 불안정한 상황은 후투·투치 족의 생존전략과 이웃 국가의 국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경을 넘는 지역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난민, 이주민, 정착민으로서 유입된 후투·투치족의 민족정체성이 어떻게 맥락화됐는지, 그리고 이주한 국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찰이 필요하다.
대호수지역의 분쟁에 대한 기존 연구는 민족 간 역학 관계를 핵심적인 갈등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에서 다양한 민족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거나, 반대로 다양한 민족집단이 없어 평화가 유지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대호수지역 국가의 분쟁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이념이 아닌, 민족 정체성을 동원해 적대감을 불러 부추기는 정치 지도자들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많다.
대호수지역에서 민족 정체성의 지역적 차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후투·투치족의 분포가 국경이나 정치적 경계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국경과 관계없이 정치인과 국가 지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족적 정체성을 조작하거나 악용해 분쟁을 일으키는데 매우 쉬운 구조다.
우리나라는 2023년 2월 27일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했다.
전기차,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 공급망 안정화에 필요한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5종)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핵심광물-에너지 등 협력 강화를 위해 핵심광물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대호수지역에 관한 연구는 우리의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광수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 박사, 저서 '서아프리카 역사 이해' 등 45권 집필, 한국연구재단·한국국제협력단(KOICA)·문체부·외교부 등 각종 기관의 강의·연구자로 활동.
afrikaans@hufs.ac.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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