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국내채권 투자 시큰둥 … 美국채로 몰려가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6.10 17:41:04 I 수정 : 2025.06.10 19:12:44
지난달 국내채권 매수 2.5조
두달 전에 비해 36% 급감
금리 하락에 관망 심리 커져






국내 채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올해 3월까지 매월 3조원대 순매수세를 이어가던 개인들은 4월 들어 매수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고, 지난달에도 2조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관망 심리가 커진 데다 연말로 갈수록 재정 이슈와 금리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개인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는 2조5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2조583억원 순매수에 이어 두 달 연속 2조원대에 머무른 것이다. 이는 1월(3조1047억원), 2월(3조3547억원), 3월(3조9137억원)과 비교해 뚜렷하게 줄어든 수치다.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이자수익을 기대했던 개인투자자로서는 신규 투자 매력이 낮아진 탓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연 3%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7월 말 2%대로 진입했다.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 2% 초반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다만 초저금리였던 2020~2021년과 비교하면 현재도 채권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20~2021년 개인투자자의 월평균 채권 순매수 규모는 2550억원에 불과했다. 현재는 10배에 달하는 월평균 2조원대 순매수가 이뤄질 정도로 수요가 강하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 속에 시중은행 수신상품 금리가 1%대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채권 투자 매력을 높인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9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1.90~2.75%에 형성돼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도 기본금리 하단이 2.15% 수준까지 내려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저축은행에는 3% 넘는 예금 상품도 존재하지만 일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0~2.4%로 기준금리보다 낮다"며 "세후 수익률 면에서는 채권 투자가 더 유리한 상황이므로 채권에 대한 수요는 한동안 꾸준할 것"이라고 짚었다.

개인들은 여전히 국고채 중심의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 4~5월 순매수 상위권에는 30년물 등 장기 국고채가 주로 포함됐다. 최근엔 잔존 만기 1년 이하 단기 국고채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금리 하락 사이클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판단 아래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채권을 중심으로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개인투자자의 미국 채권 투자 열기와도 대조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순매수 규모는 15억2605만달러(약 2조1000억원)로 역대 최대 월간 순매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며 환차익 기대감이 커졌고, 미국 국채 가격이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투자 유입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연구원은 "금리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8월 말~9월 초 발표되는 예산안에 대한 경계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개인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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